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 국내 수출 지탱하던 반도체도 흔들
이재용·최태원, 임직원과 스킨십 확대···신동빈, 사업재편 주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사진=각 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 총수의 최근 위기돌파 키워드는 ‘현장경영’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경영전면에 나서 기업 담금질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경기침체 및 수요둔화로 핵심 계열사들이 잇따라 ‘어닝쇼크’를 기록하자 각 그룹의 수장들이 임직원 격려와 사기진작 등에 나서고 있다.

삼성과 SK의 대표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이들 기업의 대표 품목은 반도체로 국내 최대 수출 품목 중 하나다. 그러나 IT 시장에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면서 해당 계열사의 실적도 악화일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호조를 보이던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사업(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700억원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96.9% 줄어든 성적이며, 적자를 기록했던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영업이익이다.

SK하이닉스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단위에서 적자가 나타난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현대차는 경제위기 및 고환율에도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성적을 기록했다.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 증가에 매출 142조5275억원, 영업이익 9조8198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1.2%, 영업이익은 47% 늘었다.

단, 올해도 이 실적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경기 악화로 세계 각국에서 긴축 정책이 이어지며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신차를 구매할 소비자가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완성차 업체간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면서 수익성 증가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LG그룹의 대표 기업인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21조8575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분기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693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90.7%나 줄어든 수치다.

롯데는 위기경영을 넘어 비상경영에 돌입한 모습이다. 그룹의 기둥으로 꼽히는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손실 7584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장기화 등으로 제품가격 및 수요 하락, 원자재값 상승 등의 불확실성 탓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왼쪽부터)과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각 사

대부분의 기업들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자, 5대 그룹 총수는 생산라인 점검과 함께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현장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새해부터 그룹 사장단 회의를 열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달초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한 바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임직원 사기진작에 집중했다. 또한 신임 임원들과 만나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시장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 메야 한다는 입장도 공고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등은 각각 스위스 다보스포럼과 CES 2023 등에 참석해 다수의 글로벌 인사와 만나 신성장동력 확보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과 관련해 현지 고위 관계자와 연이어 회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위기돌파를 위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사업재편, 외부인사 수혈 등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제과는 지난해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했다. 합병 전 두 기업은 빙과 등 중복된 사업이 많아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는 통합으로 겹치는 조직을 하나로 재편하고 물류센터도 통·폐합해 기존 14개에서 8개로 줄였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글로벌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주요 그룹 총수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총수가 앞장서서 현재가 기업생존에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룹 전체에 위기 및 긴장감이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 총수를 포함한 각 기업 경영진들이 더욱 공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등 여러 안건이 상정되고 있어 내부 살림에 집중한 후 위기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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