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법적 리스크에 등기임원 미등재 ‘지속’
법적 책임 없는 미등기임원···경영·의사결정 실패해도 ‘면죄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대기업 오너 일가의 책임 회피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수’라는 위치에서 경영권 행사와 배당수익만 챙기고 등기이사 등 법적 책임을 지는 위치에는 오르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범(凡)삼성 일가의 경우 핵심 인물 대부분이 미등기임원으로 거대한 영향력만 행사하고 있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58개 소속 2394개 기업에서 총수 일가가 1명이라도 이사로 등재된 곳은 348곳(14.5%) 뿐이다. 분석 대상 회사의 전체 등기이사는 8555명인데, 이 중 총수 일가는 480명(5.6%)이다.

오너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기업의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18년 21.8% ▲2019년 17.8% ▲2020년 16.4% ▲2021년 15.2% 등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더욱이 삼성과 신세계, CJ 등 24개 대기업집단에선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가 단 한 곳도 없다.

오너 일가가 미등기임원 신분으로 그룹에 영향력을 자유롭게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등기임원은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되지 않는 동시에 이사회 활동도 하지 않는다.

회장이나 부회장, 사장, 대표 등의 직함만 갖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단,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경영과 관련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경영이나 의사판단 과정에서 실패가 나타나더라도 ‘면죄부’가 있는 셈이다.

4대 그룹 총수 중에서 미등기임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일하다.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모두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장에선 이재용 회장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복귀할 것으로 봤다. 이를 통해 다른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도 연이어 등기임원에 오를 것으로 봤다. 삼성이 재계의 ‘바로미터’인 만큼 이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 회장은 올해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기업 활동에 제약이 생겨 무리하게 사내이사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 및 사법 불확실성 등이 줄어든 이후 등기이사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뿐만 아니라, 범삼성가의 주요 인물들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미등기임원 상태다.

신세계에서는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백화점 총괄사장 등이 미등기임원이다. CJ의 경우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CJ ENM 부회장, 이경후 CJ ENM 부사장,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등이 등기이사에 선임되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과 이재현 회장은 과거 사내이사로 등재된 적이 있지만, 법적 이슈 등을 겪은 후에는 복귀하고 있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다수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의 책임경영 측면에서 볼 때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며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게 경영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배당 등으로 이익은 챙기면서 법적 이슈를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