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GS, 실적상승 예측에 지난해比 사용료 각각 12.3%·32.3%↑
한화, IFRS17 시행에 생명·손보 사용료 급감···한질칼은 아시아나 인수 마무리 과정 발생할 비용 반영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주요 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지주사에 매년 지불하는 브랜드 사용료를 보면 각 회사의 새해 전망을 엿볼 수 있다. LG와 한화, GS, 한진칼 등은 최근 브랜드 사용료를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계묘년’에 LG·GS는 올해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한화·한진칼은 줄어들 것으로 각각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 사용료는 계열사의 예상 매출(광고선전비 제외)에서 일정 비율을 곱해 산정된다. 이 금액이 예년보다 늘어났다는 것은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을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된다. 반대로 줄었다면 시장여건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해 실적목표를 보수적으로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그룹의 지주사인 ㈜LG가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의 계열사로부터 2023~2025년 받는 브랜드 사용료는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연평균 41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3650억원과 비교하면 12.3% 늘어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2년 509억원에서 올해 689억원으로 35.4% 증가했다. LG 계열사 중 가장 많이 늘었다. 전기차 배터리 판매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브랜드 사용료로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올해 1273억원을 브랜드 사용료로 지불한다. 계열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단, 지난해 1217억원 대비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가전 등의 수요가 커지지 않고 있어 소극적으로 예상 매출을 설정한 것이다.

㈜GS는 GS칼텍스·GS리테일·GS건설 등 3대 핵심 계열사로부터 매년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다. 올해 받는 금액은 총 929억원으로 지난해 702억원 대비 32.3% 증가했다. 계열사 별로는 칼텍스 533억원, 리테일 224억원, 건설 172억원 등을 낸다. 지난해 대비 증가율은 ▲칼텍스 56.7% ▲리테일 4.7% ▲건설 16.2% 등이다.

3대 계열사 중 칼텍스의 브랜드 사용료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정유사업이 지난해 하반기의 부진을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원유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도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재계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는 각 지주사의 대표 수익원 중 하나”라며 “기업별로 책정 방식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사용료 규모를 통해 한해 농사를 짐작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화생명 서울 여의도 본사. /사진=한화
한화생명 서울 여의도 본사. / 사진=한화

LG·GS와 달리 한화와 한진칼은 올해 지주사에 내는 브랜드 사용료가 줄었다. 한화는 지난해 1296억원에서 올해 957억원으로 -26.2%, 한진칼은 354억원에서 322억원으로 -9.0% 등이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한화가 수취하는 사용료가 줄어든 것은 한화생명·손해보험 등 금융사의 올해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인 ‘IFRS17’의 적용을 받아서이기도 하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99억원을 ㈜한화에 지급했지만 올해는 276억원으로 줄었다. 한화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231억원에서 126억원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IFRS17은 보험 부채의 평가 방식을 시가로 바꾸는 것이다. 보유한 보험 부채를 매년 시가로 평가해, 보험사 입장에선 금리 변동 관련 리스크가 커진다. 이로 인해 준비금 등 보유현금을 더욱 많이 쌓아야만 한다. 현재 금리 급등기인 만큼 부채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진칼은 올해 대한항공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322억원을 받는다. 지난해 354억원보다 줄었다. 해외여행 회복세로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무리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 등으로 인해 목표실적을 예년보다 낮게 설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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