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그룹 총수·경영진, 새해부터 글로벌 광폭행보···CES·다보스포럼 참석
‘비상→생존경영’ 판단 하에 고정비 감소 등 고강도 긴축 통해 경영 효율화 나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위기에 이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제2의 IMF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재계는 이같은 경영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총수부터 발벗고 나서 대응책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현재 경제 상황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비슷하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달러화의 강세로 원화와 위안화, 엔화 등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이며 제2의 외환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경제 전문가 등은 입을 모아 2023년 경제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쏟아낸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올해 6월 내놓은 전망치인 2.5% 대비 0.9%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IMF(국제통화기금)의 2.0%,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1.8% 전망치보다 낮다. 국내 경제가 마주한 대내외 경제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재계는 경제위기가 커지면서 ‘비상경영’을 넘어 ‘생존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새해부터 각 그룹 총수들이 글로벌 현장경영을 가속화하며 대내외 경제위기 극복에 나선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해 열린 CES 2022 컨퍼런스에서 기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해 열린 CES 2022 컨퍼런스에서 기업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HD현대

최태원 SK 회장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은 내년 1월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3’에 참석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재판이 열리지 않는 틈을 타 행사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인 만큼 글로벌 경쟁사의 사업 비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총수와 주요 경영진은 행사 참여를 통해 해외 네트워크 구축과 미래사업 구상도 함께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CES 2023은 물론, 내년 1월 16~20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도 국내 총수들이 대거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1월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세계 정·재계 주요 인사가 모여 글로벌 현안을 의논하는 민간 회의다. 이번 포럼에선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열릴 전망이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는 물론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총수들이 글로벌 무대를 찾아 네트워크 강화 등으로 인플레이션 및 공급망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직면한 경제상황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주요 인사와 마라톤 회동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오른쪽)이 2018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베트남 방산기업 ‘비텔그룸’ 관계자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 부회장(오른쪽)이 2018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베트남 방산기업 ‘비텔그룸’ 관계자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사진=한화

총수들의 해외 광폭행보와 더불어 국내에선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강도 긴축경영이 진행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사업장 복도 전등의 절반을 소등하고, 프린터 용지를 50% 절감하는 등의 비용 효율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존경영을 위해 단순 소모품 비용 최소화하는 것이다. SK 역시 내년부터 임원 및 팀장의 활동비와 복리후생비, 업무추진비 등을 감축한다. 임원은 50%, 팀장은 30% 줄어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30인 이상 기업 24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90.8%가 현상유지(68.5%)나 긴축경영(22.3%)을 실시하겠다고 답했다. 확대 경영을 택한 곳은 9.2%에 그쳤다. 긴축경영을 실시하겠다는 기업 중 72.4%는 구체적 시행계획으로 전사 차원에서 원가 절감에 나선다고 응답했다.

금리인상기에 따른 이자부담으로 기존 자산을 현금화해 곳간에 쌓고 있는 기업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기업 대출금리는 올해 들어 계속 오르면서 지난 10월 기준 5.27%를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2012년 9월의 5.3% 이후 최고 수준이다.

커지는 이자부담과 강원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에 기업들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현금 모으기에 나섰다. 과거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시장이 냉각된 상황에서 상장 작업을 진행해도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20곳의 현금성 자산은 250조262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아울러 비주력사업 정리와 부동산 매각 등으로 현금화 작업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고강도 긴축 경영에 나서는 모습은 마치 마른 수건을 짜는 것과 같다”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곳들이 대부분인데, 심상치 않은 경제상황에 현재보다 더 큰 수준의 비용감소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업 생명이 좌우될 정도로 위기여서 임직원이 합심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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