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제품 수출 300만 배럴서 100만 배럴로 떨어져···유럽, 러시아 대신 미국 제품 수입
“급등한 운임·늘어난 거리에 이익 확대”···‘대표 PC선 조선사’ 현대미포조선, 글로벌 물량 절반 싹쓸이

현대미포조선의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사진=현대미포조선
현대미포조선의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 / 사진=현대미포조선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유럽의 LNG 수요 급증에 글로벌 LNG운반선 발주량이 크게 늘어나 국내 조선업계가 큰 수혜를 받고 있다. 아울러 분쟁 장기화로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화학제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미국 등에서 물량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의 수요가 많아지게 되면서 LNG선에 이은 캐시카우로 꼽히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화학제품은 그동안 육지에 있는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 유럽이 러시아산 제품 수입을 최소화하며, 바다를 통한 물량 확보에 나섰다. 해상운임이 급등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1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석유제품 수출은 올해 1~2월 일간 300만 배럴에서 3월 250만 배럴 수준이 된 후 현재 100만 배럴 수준까지 떨어졌다. 러시아는 2020~2021년 석유제품의 54%를 유럽에 수출했다. 유럽 역시 관련 제품 수입량의 38%가 러시아산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물량이 줄면서 올해 3~8월에는 미국 등에서 부족한 제품 수요를 채우고 있다.

이로 인해 해상운임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올해 3월부터 급등해 11월 기준 일간 2만7500달러(약 3500만원)까지 올랐다. 또 선주사가 신규 선박에 대한 투자 매력도 지표로 평가 받는 신조선가 대비 운임 비율도 물동량 최대 성수기였던 2006년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에서 유럽까지의 해상 이동거리도 길어지면서 항해 기간도 늘어나, 기존보다 PC선을 운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커졌다. 선주사 입장에선 어느 때보다 큰 매출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지난해 수입한 러시아 석유제품 전량을 미국에서 수입할 경우 11만5000DWT급 PC선은 69척이 추가로 필요하고 5만DWT급의 경우 158척”이라며 “해상운임 급등으로 선주사들의 PC선 신규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확실시돼 내년 조선 시장의 키는 PC선이 쥘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기존 PC선의 노후화도 해당 선박의 신규 발주량 확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운용 중인 PC선 중 향후 5년 안에 20년 이상 노후화될 선박의 비중은 33.8%다. 선박의 평균 수명이 20년인 점을 감안하면 노후 선박의 교체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PC선의 신규·교체 발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국내 PC선 조선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일감 확보에 영업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세계에서 발주된 PC선 물량의 절반가량을 수주할 정도로 해당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PC선은 뛰어난 품질과 기술력으로 글로벌 선주사 사이에서 ‘미포 탱커(Mipo Tanker)’라는 브랜드로 불릴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연비를 크게 줄이는 친환경 선박 기술도 적용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PC선 발주 물량이 많지 않았지만 하반기 들어 해상운임이 크게 오르며 선주사들의 문의가 많아진 상황”이라며 “PC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한 만큼, 신규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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