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조건에 현 경영진 사임 조건 포함···대대적 조직 개편으로 쇄신 예고
한국조선해양, STX중공업 인수로 친환경 선박 엔진 시장 선도 계획

대우조선해양의 이중 연료 추진 선박.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이중 연료 추진 선박. / 사진=대우조선해양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조선업계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재도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화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각각 추진하는 대규모 인수 프로젝트로 기존 생태계에 추가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이달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의사를 공표한지 3개월 만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등이 남아있지만, 이 과정 역시 큰 문제 없이 마무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의 경우 독과점 이슈로 해외 당국이 승인을 거부했지만, 한화는 조선 사업을 영위하지 않아 이 논란에서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는 즉시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경영진 교체 등 대대적 조직개편이란 강수를 둘 계획이다. 한화가 대우조선의 인수 전제 조건에 박두선 대우조선 대표를 비롯한 등기이사 전원의 사임을 담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현재 등기이사는 박 대표와 우제혁 조선소장, 이영호 지원본부장과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이다. 이들의 사임서가 제출돼야 한다는 조건이 투자 합의서에 포함돼 있다.

시장에선 박 대표의 자리를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가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대우조선 인수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 한화에너지 대표에서 물러난 바 있다. 아울러 정인섭 전 대표는 2013년 한화에 합류하기 전까지 대우그룹에서 일한 ‘대우맨’이다.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수행비서로 일한 이력도 있다.

한화 관계자는 “경영진 교체 등의 구체적 방안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때 나올 것”이라며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이 최우선과제”라고 전했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로 세계 10위권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방산과 에너지 부문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대우조선의 잠수함·전투함·보조함 등 특수선 기술력에 한화 방산 계열사의 시스템 등이 합쳐져 관련 시장에서 더욱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협업이 기대된다. 대우조선은 암모니아 추진 선박과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 역시 에너지 저장수단으로 암모니아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이 기술을 선박에 적용하면 해당 분야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STX중공업이 개발한 세계 최대 크기의 선박용 엔진 ‘98MC-C’. /사진=STX
STX중공업이 개발한 세계 최대 크기의 선박용 엔진 ‘98MC-C’. / 사진=STX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해 시너지를 노리는 것처럼 한국조선해양 역시 STX중공업을 품어 몸집 키우기에 나선다는 속내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 엔진과 LNG·LPG 엔진 등의 생산에 특화된 기업이다.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엔진기술사업부와 STX중공업의 시너지로 선박용 엔진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는 동시에 선박 엔진만 판매하는 등의 새 활로를 개척할 방침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이다. 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을 노리는 대표적인 이유다.

STX중공업의 예비 입찰에는 한국조선해양을 포함해 4~5곳이 경영권 지분의향서(LOI)를 제출한 상태다. 최종 인수 후보가 결정되면 8주일의 실사를 거쳐 내년 1분기에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다.

한국조선해양은 “급증하는 선박용 엔진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STX중공업 인수 과정에 참여했다”며 “현대중공업의 기존 엔진 기술에 STX중공업의 개발력이 더해지면 해당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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