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선업 외국인 충원 제도 간소화해 비자 발급 4개월→1개월 축소
조선 빅3, 외국인 근무환경 개선···“적절한 지원으로 빠르게 업무 투입”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조선업계가 외국인 근로자 영입을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가 조선업의 심각한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 숙련공 충원 제도를 간소화하는 동시에 도입 인원도 한시적으로 늘리기로 결정해서다.

정부 방침 변경에 인력난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며 업계는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한정된 인재풀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각 조선사는 근무·숙식 환경 개선 및 복지 혜택 강화 등을 실시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 국내 조선업계는 초대형 LNG선을 중심으로 글로벌 일감을 대거 수주해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2022년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약 120조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약 70조원, 대우조선 30조원, 삼성중공업은 20조원이다. 지난해 각 사의 연간 매출 합산 예상치가 30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4년치 일감이 쌓여있는 셈이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쌓인 일감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거리가 있어도 작업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2014년 20만3441명이던 조선업계 종사자는 지난해 6월 기준 9만2721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10년대 중반 수주절벽으로 대규모 인력이 구조조정으로 조선소를 떠나면서 나타난 결과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현장에서 일손이 부족해 납기 지연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선박 건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현재보다 1만4000여명의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력 수급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선업계는 정부에 외국인 숙련공의 영입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산업부는 지난해 4월 ‘민간 직도입 제도’를 시행해 외국 인력 확충을 지원해왔다. 현재까지 3673명이 기량 검증을 통과했고 1621명이 고용 배정이 됐지만, 비자 발급까지 완료된 인력은 412명에 불과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인력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파악해 국내 도입 절차가 최단 기간이 될 수 있도록 비자 대기 건을 이달 안에 모두 처리할 방침”이라며 “조선업의 인력 충원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정부가 발표한 ‘조선업 외국 인력 도입 애로 해소방안’에 따르면 외국인 숙련공의 국내 근무를 위한 행정 절차 소요 시간은 기존 4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든다.

또 숙련기능인력(E-7-4 비자)의 연간 발급 인원도 당초 20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한다. 이 비자는 선원으로 취업 등의 단순 노무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능력과 경력, 학력 등을 점수로 평가해 일정 수준을 충족하면 장기 취업이 가능하도록 한다.

외국인 숙련공의 국내 유입이 보다 자유로워지면서 각 조선사는 인력 맞이에 한창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에는 지난해 수십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입사했다. 올해에는 비자 발급 완화 등으로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1000여명의 인력이 추가될 전망이다. 외국인 근로자 수용 인원도 기존 1400명에서 2500명 규모로 크게 늘렸다. 기숙사에는 운동 및 놀이시설도 대거 확충했다.

대우조선은 현장 인력 500~600명을 외국인 근로자로 충원한다. 인력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외국인 근로자 전용 기숙사 9개동을 리모델링 중이며, 통역 인원 확보 등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외국인 맞춤형 기숙사와 현지식 메뉴, 전문 통역사 배치, 종교 행사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외국인 근로자가 빠르게 현장에 적응하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인력이 다수 유입되면서 현장의 일손 부족 현상은 다소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외국인 만으로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청년 근로자가 예전처럼 조선소를 일자리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기업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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