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신조선가 3500억원, 역대 최고 수준 근접
中 LNG선 점유율 4→29%, 국내 도크 가득찬 빈틈 노려 물량 수주
정부, 기술개발·규제 유연화로 조선사 대폭 지원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은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였다. 컨테이너선이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달리, LNG선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글로벌 점유율의 대부분을 우리나라 조선소가 차지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사를 향해 대규모 지원을 펼치면서 LNG선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뺏기고 있는 모양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여파로 육상 LNG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바다를 통한 운반 수요가 크게 늘어난 추세다. 또 세계 각국에서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브릿지(가교) 에너지’로 LNG를 활용하면서 LNG선의 신조선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LNG가 미래의 궁극적인 핵심 에너지원이 될 수는 없지만, 석탄·석유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징검다리 연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각국의 전략이다.
30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0월 넷째주 LNG선 평균 신조선가는 2억4700만 달러(약 3500억원)다. 역대 최고였던 2008년 2억5000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인데, LNG 수요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LNG선 신조선가는 당시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LNG선 가격이 크게 오르자 국내 조선소가 독점하던 해당 시장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밀고 나섰다. 자국 정부를 등에 업고 저가 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조선소의 도크가 이미 건조 선박으로 가득찬 만큼, 이 때를 노려 글로벌 LNG선 발주 물량을 따내려는 속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LNG선 수주 물량은 26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척 대비 크게 늘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4%에서 29%가 됐다. 우리나라는 올해 상반기 63척의 LNG선 물량을 따냈지만, 점유율은 96%에서 71%로 줄었다.
LNG선은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운송하는 LNG가 손실되는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하 163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단열재 사용 등의 까다로운 공사 과정이 필요해 국내 조선소가 독점해 온 시장이다.
단, 중국이 컨테이너선과 VLCC 등에서 쌓은 건조경험을 바탕으로 LNG선 건조에 나서면서 조금씩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는 매년 30척가량의 LNG선을 건조할 생산능력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국내 조선업이 중국 등 다른 국가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배경은 현재 LNG선이다”며 “LNG선에서 타국의 경쟁을 허용한다면 조선업계가 또 다시 수주절벽 등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의 맹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앞서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기술력에 더해 각종 연구개발을 지원해 국내 조선사가 더욱 뛰어난 고부가가치 선박을 제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LNG선 고도화와 무인 선박 등을 집중 지원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8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착공 행사에서 “우리나라가 압도하는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의 글로벌 점유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조선사에 다각적인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현재 64%인 고부가가치 선박 점유율을 2030년까지 75%로 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심 기술의 국산 연구개발로 LNG선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무인 선박 개발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연화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가 친환경 조선 산업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