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美, 북한 거부한 CVID 재차 요구”
문 대통령, ‘남북협력’ 미국 눈치 넘어서나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 / 사진=연합뉴스

한·미 정상이 3차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 의사를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이 이미 거부 의사를 밝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식을 다시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진정성 없는 정치용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남북관계 진전은 한국 정부의 의지와 전략에 달렸다는 평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미국 ‘그레이TV’와 인터뷰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나는 북한이 만나고 싶어하고 우리도 분명 그러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만약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기간 중 나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한-EU(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전에 북미 간 대화 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3차 북미정상회담 의지를 밝혔지만 동시에 회담 상대국인 북한이 거부하는 비핵화 방식을 재차 요구했기 때문이다. CVID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다.

◇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이사장 “3차 북미정상회담, 열리지 않을 것”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북한이 받을 수 없는 협상안인 CVID와 FFVD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에서 협상을 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비건 부장관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북한에 대한 FFVD 조율을 추가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 국방부가 7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일본, 호주 등 3국 국방장관 회담 공동성명에는 북한에 대해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달성하기 위한 분명한 조치를 취하라는 촉구가 담겼다. 미국 정부 공식 자료에 CVID가 다시 명시된 건 이례적이다. 북한이 지난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CVID를 거부하며 비판하자 미국 정부는 CVID 및 FFVD 표현 사용을 자제했다.

지난 2018년 7월 7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행을 위한 후속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북한에서 열렸으나 CVID 등에 대한 이견으로 진전 없이 끝났다. 당시 북한 외무성은 담화를 내고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3차 북미정상회담 발언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진정성 없는 발언”이라며 “재선을 위해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져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양측의 의견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진정성이 없다. 선거용”이라고 말했다.

◇ 정부 남북협력 ‘의지’ 미국 넘나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북미 관계와는 달리 남북관계 진전은 정부의 의지와 전략에 따라 가능하다는 평가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8일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남북협력이 한반도에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과 남북협력 목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최근 한미워킹그룹 운영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뒤라 주목받는다. 최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한 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두 차례 남북정상 선언을 합의해 놓고도 실제 이행은 제대로 하지 않는 데 대해 불신이 쌓인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남북협력 문제에 대해 한미워킹그룹에서 미국의 통제를 받고있다.

김 이사장은 “비건 부장관의 발언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에 대한 의지다. 미국 눈치를 넘어설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하고 남북정상 선언의 이행과 비준, 하반기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지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미국이 남북협력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보인다고 해도 우리 정부의 전략이 없으면 효과가 없다”며 “정부는 보건의료협력을 위한 개성공단 활용, 남북 관광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에 북미정상회담 추진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은 북미회담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남북미중 4자회담을 통한 평화체제 전환으로써 가능하다”며 “정부는 남북미중 4자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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