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미정상회담 추진에도 여건 쉽지 않아
전문가들 “한미훈련 중지·전단살포금지법 전제돼야 남북·북미관계 개선”
“북한은 도발 등 상황 악화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청와대에서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후퇴하는 한반도 번영·평화 재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주목받는다. 하반기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등이 관건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에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번영과 평화를 위해 그동안 진전해왔던 성과를 뒤로 돌릴 수 없다며 “나는 인내심을 갖고 남북미 간 대화 모멘텀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하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문 정부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4.27과 9.19 선언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협 노력 등이 파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상대방에 전단 살포 중지도 4.27 선언의 하나였다. 남북 경협의 산실인 개성공단과 남북 철도연결 등 경제협력 사안도 위협받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그만큼 멀어졌다.

이처럼 후퇴한 남북 및 북미 관계를 개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밝힌 북미정상회담 추진도 당사자 중 하나인 북한이 수용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에 전문가들은 남북미 모든 주체의 결단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2일 밝혔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번영 프로세스 재개를 위해 한국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북미정상회담 자체보다 회담의 결과가 중요하다. 현재는 북미정상회담을 하기 어렵고 이를 통해 진전을 이루는 것도 쉽지 않다”며 “우선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한다”고 말했다.

우선 오는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관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훈련(war game)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미연합훈련이 중단 또는 축소된 형태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제재와 관계없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해야 한다”며 “대선을 앞두고 북한을 관리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한미동맹 약화와 관계가 없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고 북한의 강경파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했다.

문 교수는 “한미연합훈련이 하반기에 대대적으로 실시되면 북한이 반발할 것이고 이는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꼬이게 만든다”며 “한미훈련을 중지하거나 실기동 없이 지휘소훈련(CPX)으로 축소해야 한다. 한국군 단독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반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1일 한미동맹재단 주최로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제6회 한미동맹포럼 초청 강연에서 한미연합훈련은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필수적이라며 대규모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자주국방 및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도 연결돼 있다. 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어떠한 결단을 내릴지 주목받는다.

대북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으로 대북 전단살포 금지 법제화와 남북정상선언들의 비준도 꼽았다.

특히 한국이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경협에 나설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현재 한국은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간 경협 사안들에 대해 미국의 허락을 받고 있다.

문 교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미국에게 통보하되 실행은 해야 한다. 또는 우선 미국을 설득하고 미국이 수용하지 않아도 행동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모든 것은 결국 문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 김 이사장은 “문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남북 간 합의서 비준 및 이행, 한미워킹그룹 해체를 기반으로 대북특사,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에 대해 김 이사장은 “북한은 도발 등 극한 상황으로 나아가지 말고 기다려야한다”며 “그래야 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한국의 여론도 감안해야한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3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만남 자체보다 성과가 보장되는 회담이 돼야한다고 했다.

정욱식 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된다면 성과가 보장돼야 한다. 영변 핵시설 완전 폐기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폭 완화의 교환을 중심으로 하면서 영변 플러스 ‘알파’와 관련해 북한과 타협을 시도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문 대통령과 선언하고 3차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채택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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