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경제총괄 김덕훈 총리 현장시찰 보도
호텔·골프장·스키장 등 논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내 자본이 건설한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우리나라 자본과 기술로 지어진 금강산 시설 철거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북한 경제분야 담당 김덕훈 내각 총리가 금강산관광지구를 놓고 “우리식으로 개발할 것”이란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준비했던 현대아산에 대한 영향이 주목된다. 

2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총리 금강산관광지구 개발사업 현장시찰 소식을 보도했다. 김 총리는 고성항· 해금강 일원을 둘러보고 “인민들의 문화 정서적 요구를 최상의 수준으로 충족시킬 금강산 관광지구 총개발계획과 관련된 실무적인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언급했다. 북한 금강산 개발계획에는 세계적 수준의 호텔·골프장·스키장 건설이 포함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김 총리는 “금강산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함으로써 민족의 명산 금강산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명산이자, 온 세상이 부러워 할 문화 휴향지가 될 것”이라 시사했다. 남한 자본으로 건립된 기존 시설물을 철거를 통해 자체적인 개발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금강산 기존 시설물을 두고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진다”며 “싹 드러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12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2월까지 관련 시설물을 철거하라는 대남 통지문을 보내왔다. 이후 정부는 철거에 반대하며 노후시설을 정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한 대면협의를 요구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그간 협의가 중단된 상태다.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것은 지난 1998년 11월 18일이다. 한국 관광객 826명이 배를 통해 금강산을 방문했다. 지난 2003년 육로관광까지 허용되면서 활기를 띠던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에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면 중단됐다. 2010년 4월 북한은 한국 자산을 몰수했으며, 이듬해 4월에는 현대아산의 독점권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김 총리 방문을 계기로 자체적인 금강산 개발 강행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현지 투자를 감행했던 현대아산 역시 허탈할 전망이다. 현대아산은 TF팀을 꾸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장시간 대응해왔다.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대가없는 금강산 관광재개’를 언급했으나,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남북관계 역시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게 됐다.

중단됐던 금강산 개발논의가 갑작스레 보도된 연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북한은 올해 코로나19와 태풍피해 복구 등에 주력했다. 일각에서 내달 제8차 당대회에서 발표하게 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금강산 개발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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