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정원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학력위조·대북송금 등 의혹 쟁점
朴후보자, 野 의혹제기에 강경 대응···문건 위조 지적, “모든 사람 명예 걸린 것”
대북 전단 등 현안 질의도···“탈북민 재월북, 사전징후 대처·경비태세 등 송구”
27일 실시된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 앞서 제기됐던 박 후보자의 학력위조, 대북송금 등 문제들을 집중 추궁하며 ‘부적절 인사’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박 후보자는 해당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고, 야당 의원들을 향해 강경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청문회 시작부터 펼쳐진 신경전···朴후보자 “학력위조 의혹 시점, 21세기 개념과 많은 차이”
박 후보자와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부터 ‘자료제출’ 문제로 신경전을 펼쳤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박 후보자에 대한 학력위조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주요 자료들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그는 박 후보자 2000년 단국대 학적부 성적표 원본, 1994~2004년 가족 건강보험 내역 등 자료들을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박 후보자는 “학적 정리는 대학에서 책임질 일이지 제가 학적을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제가 (정보 공개를)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학에도 말했다. 제가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고 제 성적을 공개할 의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하 의원은 박 후보자의 ‘학력위조 의혹’을 조목조목 제기했고,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아무리 내가 인사청문을 받는다고 사실이 아닌 것을, 위조, 겁박이란 말을 하면서 내게 짧게 답변하라 하는가”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자는 “(‘학력위조 의혹’의 시점이) 55년 전이면 하태경 의원은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오늘날 21세기의 개념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965년 그 당시에 단국대의 학칙의 내용을 나는 알지 못한다”며 “하 의원도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졸업하고 학위증이 나오니까 나왔지 본인이 확인하시지는 않았을 것이고 의혹이 있는 것은 단국대 가서 물으시라”고 덧붙였다.
◇2000년 5억 달러 ‘대북송금 의혹’도 부각···25억 달러 규모 대북 투자 의혹도 제기
야당은 또한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5억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것을 두고 공세를 이어갔다.
하 의원은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문건을 제시하며 박 후보자의 서명 여부를 물었고, 박 후보자는 “문건이 위조됐다”며 “원본이나 복사본을 주면 검찰이나 경찰 혹은 기관에 수사의뢰를 하겠다.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비겁하게 의정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확실하게 밝혀라. 이것은 모든 사람의 명예가 걸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 후보자는 하 의원을 향해서도 해당 의혹에 자신이 있다면 면책특권이 발휘되는 청문회장이 아닌 공식적으로 밝힐 것을 촉구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아울러 그는 “제가 2000년 6·15 정상 회담 때 밀사·특사를 하면서 대북송금 특검으로 옥고를 치른 적이 있다”며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이나 당시 특검에서도 2000년 정상회담 당시 5억 달러 중 정부의 돈 1달러도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가 금강산 관광 등 7대 사업을 위해 지불한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사법적으로 밝혀진 것”이라며 “제가 옥고를 치르게 된 것은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계좌를 활용했다는 이유에 대해 유죄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해명에도 야당 의원들의 ‘대북송금 의혹’ 공세는 이어졌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대북 송금 비밀협약서’를 공개하면서, 2000년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던 박 후보자가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에게 5억 달러를 제공하고 25억 달러 규모의 대북 투자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문건을 보면 (남북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남측은 북측에 25억 달러 규모의 경제 협력 차관을 제공한다. 남측은 남북정상회담의 조건으로 5억 달러를 제공한다. 실무적 문제는 차후 협의한다”며 문건 내용을 소개하고, “사인과 문서양식이 (4·8 합의서와) 똑같다. 사인을 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주 원내대표가 제시한 협약서는) 그 유명한 4·8 합의서 아니냐”라며 “문건 어디에 5억 달러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저는 그런 문건에 사인한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어떤 경로로 문건을 입수했는지 모르지만 4·8 합의서는 지금까지 공개가 됐고 다른 문건에 대해선 저는 기억도 없고 (서명) 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대북전단‧재입북 탈북민 등 현안 질의도···‘대북전단 정부 제지 적법’ 입장 내비쳐
이날 청문회에서는 국부 기술 유출, 대북전단, 재입북 탈북민 등 국정원 현안 관련 질의도 있었다.
우선 박 후보자는 국부 기술 유출 문제와 관련해 “과학수사본부를 3차장제로 승격해 개편하고 있다”며 “산업스파이 등을 통한 국부 기술 유출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단속을) 조금 느슨하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실정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면서,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게 옳은 만큼 정부의 전단 살포 제지는 적법하다는 입장을 내치쳤다.
최근 성폭행 혐의를 받는 20대 탈북민이 재월북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전 징후를 발견하고도 잘 대처하지 못한 것, 다시 개성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경비 태세 등에 대해 대단히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분이 성폭력 혐의 후 집을 정리하고 달러를 바꾸는 등 여러 정황을 경찰서에서 파악하지 못한 것에 정부의 잘못이 있다”며 “(월북을) 파악하는 데 며칠 걸렸지만 현재까지도 완전히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