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자회사 한화손보 690억원 영업적자
한화운용 순익도 전년 比 24%↓
해외투자 늘리려 한화운용에 대규모 투자했지만 오히려 순익 줄 수 있어 ‘양날의 검’

서울 여의도의 한화생명 본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실적 악화는 한화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회사들도 업황 불황에 시달리며 실적이 고꾸라졌다. 한화생명 핵심 자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적자전환했다. 한화자산운용(이하 한화운용) 순익도 전년보다 20%이상 감소했다. 자회사들의 실적 악화는 고스란히 모회사인 한화생명에 영향을 줬다.  

이런 와중에 한화생명은 올해 5100억원이라는 거액을 한화운용에 투자했다. 한화운용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업계에서는 자회사 투자를 통해 한화생명의 수익 하락을 막아보자는 취지가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 성장세가 예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자칫 한화운용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한화생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핵심 자회사 한화손보 6년 만에 적자전환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자회사는 한화손보(지분율 51.36%·작년 9월말 기준), 한화자산운용(100%), 한화63시티(100%), 한화손해사정(100%), 한화라이프에셋(100%), 한화금융에셋(100%) 등이다. 

자회사 중 자본규모가 가장 큰 회사는 한화손보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손실 6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이후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화손보는 특히 순익 악화 외에도 금융감독원의 경영관리 대상에 포함되는 등 경영지표에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달 당국의 경영관리 대상에 편입됐다. 지난해 8월 금감원이 실시한 경영실태평가(RAAS·라스) 결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평균 140%대에 이르는 등 보험영업 건전성 지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업계 평균 이하의 지급여력비율(RBC)도 문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손보의 RBC비율은 작년 9월말 기준으로 190.7%를 기록했다. 금감원 규제 비율인 100%를 웃돌고 있지만 업계 평균(260.0%)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RBC비율도 전분기 대비 7.9%포인트 빠지면서 이 비율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수익성까지 악화되면서 자본 확대를 통한 RBC비율 증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손해보험 순이익 변화 추이. / 그래프=조현경 디자이너
한화손해보험 순이익 변화 추이. / 그래프=조현경 디자이너

이런 이유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화손보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한화손보의 수익 창출 능력도 계속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결기준 수익성이 향후 1~2년간 0.2~0.3%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2016~2018년 평균인 0.5%의 절반 수준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대해상과 한화손보의 위험손해율이 경쟁사 대비 크게 상승했다”며 “신계약 성장 관리를 통해 신계약비 부담은 완화되었지만 수수료 부담과 높아진 손해율에 따라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 순익 줄어든 한화자산운용에 5000억원 통큰 투자···자충수 될라

올해 한화생명은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한화운용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자회사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가 올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등 각종 사고로 부진에 빠질 수 있어 자칫 이번 투자도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 환경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운용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8% 증가한 316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4.3% 감소한 17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운용이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운용 쪽의 사업 손익은 한화생명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한화운용의 올해 순익 감소가 모회사 한화생명의 순익 악화에 부정적 영향을 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해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에 대한 5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화운용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1억200만주의 신주를 주당 5000원에 발행하기로 결정했고 한화생명이 이 신주를 배정받았다. 한화운용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유상증자이지만 운용업계의 불황을 생각하면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온다. 

10개 생보사의 외화유가증권 비율.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이번 한화생명의 유상증자로 한화운용의 자본금은 7000억원대로 확대된다. 이에 삼성자산운용(6015억원)을 제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자본 1조6400억원)에 이어 업계 빅2 운용사로 자리를 잡는다. 

보험업계에선 올해 이런 대규모 투자에 대해 한화생명의 순익 하락의 탈출 전략으로 판단한다. 과거 경쟁적으로 팔았던 고금리확정형 상품이 금리 인하로 인해 한화생명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생명이 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수익을 높이겠다는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한화운용은 사실상 한화생명의 자금을 운용하는 전속운용사로 평가받는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생보사의 해외투자 한도는 일반계정에서 총자산의 30%로 제한돼 있다. 이런 규제 속에서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대비 외화유가증권 비율은 29.3%를 기록했다. 한화생명이 몇 년째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해외투자를 늘려서라도 수익 활로를 찾으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법적 제한에 막히게 된 것이다. 규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외화유가증권 자산은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화생명으로선 자회사를 통한 투자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고 이런 판단에 한화운용에 대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한화운용의 수익이 크게 늘지 않는 가운데 올해 운용업계 전망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터진 은행권의 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면서 운용업계의 시장 위축이 우려돼 자칫 한화운용의 대규모 투자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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