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 가능하도록 정관 변경···분기배당·반기배당 가능해져
하이투자증권 중간배당, 코로나19에 기준금리 인하로 우울한 DGB금융그룹에 '단비' 역할 할 듯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DGB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이투자증권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DGB금융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금리 인하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이투자증권이 중간배당에 나서게 되면 DGB금융그룹의 자금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올해 첫 중간배당 나설까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이 2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 조항을 신설함에 따라 올해 분기배당·반기배당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8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2018년 434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말 하이투자증권이 하이자산운용·하이투자선물을 약 1100억원에 매각하면서 268억원가량의 매각 차익을 거둔 것이 실적 상승의 동력이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2월 DGB금융그룹에 편입된 이후 처음으로 배당 안건을 결의했고,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당 73원, 총액 293억원 규모다. 배당성향은 34.5%에 이른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보유하고 있는 DGB금융지주는 배당금으로 250억원을 받게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중간배당 조항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은 6월 말이나 3월 말을 기준으로 반기배당 혹은 분기배당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중간배당에서 최대주주인 DGB금융지주가 차지하는 배당 지분은 연말 배당 때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DGB금융지주가 올 2월 주주 배정 방식으로 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하이투자증권 소액주주들이 불참하면서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지분율이 85.32%에서 87.88%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유상증자는 보통주 발행 방식의 1175억원,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방식의 1000억원 등 두 갈래로 구성됐다. 우선 DGB금융지주는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보통주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했다. 이어 특수목적법인 ‘점프업제일차’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점프업제일차가 하이투자증권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DGB금융지주는 TRS 수수료만 내면서 해당 RCPS 인수대금 지급을 5년 뒤로 미룰 수 있게 됐다.

하이투자증권 소액주주들은 1175원인 신주 발행가가 시장가보다 높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결과적으로 DGB금융지주는 최소한의 지출을 통해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늘리고 지분율도 높이는 일거양득을 거뒀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중간배당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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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증권, DGB금융 '효자' 되나

하이투자증권의 중간배당금은 DGB금융그룹에 ‘단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외에 100% 자회사로 DGB대구은행, DGB생명, DGB캐피탈 등을 거느리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중간배당에 나서면 DGB금융지주는 현금 흐름을 개선할 수 있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회사를 지원할 여력도 커진다.

DGB금융그룹은 각종 자본적정성 지표에서 금융당국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근접하고 있다. DGB금융지주가 TRS를 이용한 유상증자를 선택했던 배경도 이중 레버리지 비율 때문에 직접 하이투자증권에 유상증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자회사 출자 총액을 지주사 자본총액으로 나눈 것인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DGB금융지주의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125.5%로 금융당국의 권고 상한인 130%에 근접했다.

DGB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 역시 4분기 말 기준 9.56%로 금융당국의 권고 하한선인 9.50%에 근접하고 있다. 보통주 자본비율이란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 자본 비율인데 BIS비율과 달리 후순위채 발행이나 신종자본증권 조달 등으로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지표다. 보통주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익 및 이익잉여금을 늘리거나 증자를 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DGB금융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기준금리 인하라는 ‘겹악재’를 경험하고 있다. DGB금융그룹은 대구·경북 지역에 주요 사업장이 몰려 있으며 자동차 부품사들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 대출이나 자영업자 대상 대출의 비중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DGB금융그룹으로 부실이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0.75%로 인하한 것도 DGB대구은행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DGB대구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순이자마진(NIM)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미 DGB대구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4분기 2.07%로 전년보다 19bp 하락한 상태다.

금리 인하는 DGB생명의 올해 실적에도 악재다. 보험사는 주식·채권 등에 투자한 수익으로 보험료와 연금을 지급하는데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수익률이 저하돼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이 악화되고 과거에 판매한 보험계약에서 역마진이 나게 된다. DGB생명은 2018년 당기순손실 28억원을 냈다가 본사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지난해 8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2015년 당시 NH투자증권처럼 하이투자증권이 올해 배당으로 금융지주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NH농협은행은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을 떠안으면서 모회사인 NH농협금융지주에 배당할 여력을 잃어버렸는데 NH투자증권이 2015년과 2016년 배당금을 2014년 배당금(813억원)보다 3배가량 늘린 2142억원, 2362억원을 책정하면서 부담을 덜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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