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으로 불리지만 23년째 공터로···각종 규제에 상업시설 건립 불가
서울시·종로구, 공원화 추진의지 강해···“민간이 개발할 경우 인허가 통과하기 어려울 것”

 대한항공이 매각을 추진 중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심부인 경복궁 옆에 위치해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매물로 나온다. 이 부지는 국방부에서 민간으로 소유가 넘어간 이후 23년째 공터로 남아 있다. 업계는 해당 부지가 각종 규제로 인해 상업적 개발이 쉽지 않은 만큼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예산 문제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매입·매각 반복, 각종 규제로 개발 번번이 막혀

1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진그룹의 계열사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에 위치한 3만6642㎡(약 1만1084평) 규모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부지는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광화문, 인사동, 안국동 등과 인접해 있다. 입지적 장점 덕분에 이 땅의 가치는 5000억원대(3.3㎡당 4500만원)로 추산된다. 하지만 매각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각종 규제로 인해 개발이 제대로 진행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 알짜배기로 불리는 땅이 23년 넘게 불모지로 남아 있던 이유다.

1997년 삼성생명은 옛 주미대사관 숙소부지였던 이곳을 국방부로부터 1400억원에 매입했다. 복합문화시설을 짓기 위해 10년 가까이 시도했지만 경복궁 바로 옆에 있는 땅인데다 과거 순종의 장인 윤덕영의 사저였고 일제강점기엔 조선식산은행이 소유하는 등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개발계획은 무산됐다. 이후 2008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사들였다.

대한항공은 해당 부지를 지상 4층 규모의 ‘7성급 한옥형 특급호텔’로 추진했지만 교육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부지 주변에는 풍문여고와 덕성여중·고 등 3곳이 인접해 있는데, 교육청은 카지노 등 각종 유해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호텔 건립을 불허했다. 갈등은 교육청과의 행정소송으로까지 번졌지만 대한항공은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패소판결을 받았다. 이후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문화체험공간인 ‘K-익스피리언스’ 사업지로 지정되면서 복합 문화센터로 건립되는 듯 했으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차은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자초됐다.

이밖에도 송현동 부지에는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고도지구에 속해 건축물 높이는 16m 이하로 제한된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라 건폐율은 60% 이하, 용적률은 100~200%로 묶인다. 4층 이하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제1종 근린생활시설,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노유자시설의 설립만 가능하다. 또 인근에 학교가 많아 상대적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상태이며, 경복궁 옆에 있어 문화재 보존영향 검토대상 구역이기도 하다. 이처럼 각종 규제로 상업시설 개발이 어려운 만큼 업계에선 매수 희망차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시·종로구, 부지 개발에 관심 많지만 예산문제로 현실성 떨어져

서울시와 종로구도 송현동 부지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점이 많다. 종로구는 해당 부지를 공공 숲으로 조성하고 지하에는 주차장 등 시민 편의시설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일부는 공원화 하고, 일부는 전통문화를 함양시키는 시설이 들어오면 좋겠다”며 종로구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서울시와 종로구 모두 부지 매입에 필요한 재원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송현동 부지의 매입가는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종로구의 한해 예산이 4000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구 예산으로는 매입이 불가능하다. 어려운건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현재 ‘공원일몰제’로 불리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제’로 95.6㎞(116곳)의 부지를 사들여야 한다. 지난해 공원 매입에 배정된 예산은 9600억원이었는데, 이마저도 8600억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메우는 상황이라 수천억원의 비용을 지원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가 매입을 진행할 경우 매각 대금의 30%를 서울시가 부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용도를 바꿔주지 않는 한 4층 이하의 주택만 지을 수 있는데 매수자들이 나설지는 미지수다”며 “아울러 서울시와 종로구가 이곳을 공원화 하려는 의지가 확고한 만큼 향후 개발을 진행하더라도 인허가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 개발을 하든 지자체와 토지 소유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워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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