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북촌 지구단위 변경안 통해 보상비 책정, 전체 예산 5357억원
내년 467억원·2022년 4204억원, 두 차례 걸쳐 지급
대한항공, 최소 5000억원 이상 기대···내년까지 현금 확보 절실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경복궁 옆 종로구 송현동 부지 보상비를 4600억원대로 책정했다. 보상비는 내년과 2021년 나눠서 지급된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가격보다 다소 낮게 책정 된데다 분할 납부로 진행되는 만큼 땅주인인 대한항공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어제(4일) 서울시보에 게재한 ‘북촌지구단위 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송현동 부지(3만6642㎡)의 보상비는 4670억원으로 책정됐다. 시는 보상비용을 내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분할지급 할 계획이다. 지급 액수는 내년 467억1300만원, 2022년 4204억2000만원이다. 공원 조성비 등 부대 비용을 포함한 전체 예산 규모는 5357억원이다.

이번 보상비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임시가격이다. 향후 실제 매입이 이뤄진다면 감정평가 업체 두 곳에 의뢰해 정확한 매입가격이 정해진다. 다만 추후 감정평가를 하더라도 큰 편차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문화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송현동 부지는 동서로는 서촌-경복궁-창덕궁, 남북으로는 북촌, 인사동이 위치해 있어 서울 중심가에서도 최적의 입지로 평가 받는다.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2800억원(3.3㎡당 2526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7성급 한옥호텔’을 지으려고 했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무산됐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삼성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부지 매각에 돌입했지만, 서울시의 문화 공원 추진이 가시화하면서 송현동 땅 매각은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이번 보상비는 대한항공과 부동산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금액이다. 대한항공은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값을 받고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려 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 자본 확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4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2022년에 들어온다는 소식도 대한항공에 달가울리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도시계획 시설상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의지가 확고한 만큼 민간이 이 땅을 매입하더라도 개발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앞으로 민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한항공은 ‘울며 겨자먹기’로 서울시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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