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
“지배구조 위기 맞은 하나금융, 인수 포기할 수도”

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그룹의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더케이손보 노조가 하나금융 측이 제시한 고용안정협약 수정안에 반발하며 인수 절차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 금리 연계 파생금융상품(DLF) 사태와 관련한 중징계까지 겹치면서 인수 작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하나금융이 인수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이 새로운 고용안정협약을 제시했으나 더케이손보 노조가 이에 반발하면서 주식매매계약 체결이 미뤄지고 있다.

노조 측은 콜센터와 IT부문 인력에 대한 직접 고용 보장과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매각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8일 노조는 더케이손보 대주주인 한국교직원공제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제회와 고용안정협약안을 잠정 합의했으나 하나금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무산됐다”며 “고용안정 보장 없는 매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구조조정 걱정 없는 협약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매각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특화 보험사 설립을 전제로 더케이손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라 노조 측의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디지털 특화에 걸맞는 비대면 서비스 확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노조 측 반발 외에 하나금융의 DLF 사태 관련 중징계도 문제다. 최근 하나은행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DLF 사태 관련 은행 영업 일부정지, 관련 임원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위원회 의결에 따라 중징계 여부가 확정되면 그동안 김정태 회장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혀 왔던 함영주 부회장의 차기 회장 선임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하나금융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하나금융의 지배구조에 혼란이 야기될 것이 불가피해지면서 일각에선 더케이손보 인수 절차가 장기화를 넘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 반발 외에도 지난달 한국신용평가가 수시평가를 통해 더케이손보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하는 등 재무건전성 역시 악화되면서 인수 잡음이 적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케이손보가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려면 매각 마무리로 대주주 문제를 해결하고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하는데 매각 절차가 장기화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하나금융 입장에선 지배구조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노조 반발과 실적 악화 등 잡음이 많은 인수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