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사 일괄 OPI 0% 지급 결정…흑자 낸 중소형 사업부만 격려금 지급
양대 노총, 법률 자문 등 설립 적극 지원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매년 지급하던 성과금을 주지 않는 대신 일부 사업부에만 격려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실적 부진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노조 설립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무노조 경영을 이어 온 삼성디스플레이에 상급단체 가입 노조가 설립될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일부 임직원들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 한 곳을 상급단체로 둔 노조 설립을 준비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일부 직원은  지난 29일 양대 노총의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노조 설립 관련 자문을 구하는 게시한 바 있다. 이후 양대 노총은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에게 노조 설립 관련 자문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삼성전자 노조를 품게 된 한노총은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노총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 글이 게시된 이후, 다방면으로 노조 설립을 돕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현재 법률지원단을 통해 노조 설립 관련 법적 자문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노총 역시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의 요청에 대해 미조직전략조직실을 통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노조 설립 자문을 지원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설립 논의는 초과이익성과금(OPI) 0% 지급 결정을 계기로 불이 붙었다. OPI는 연간 실적 목표를 달성했을 때 지급되는 성과금이다. 전년도 사업부 실적을 기준으로 초과이익의 20% 한도에서 매년 1월 말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분사 이후 매년 OPI를 사업부별로 나눠 지급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전체 사업부 일괄 기준으로 OPI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계획을 앞서 지난해 8월 전사 직원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영업익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자, 회사 측은 올해 전사 일괄로 OPI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PI 0% 지급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방침에 일부 직원들은 회사 측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지난달 양대 노총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엔 “사측이 2019년 8월 23일 일방적으로 OPI 지급 방식을 변경했다”며 “임직원에겐 일절 관련 사항 공유 없이 언론플레이한 대로 0%를 공지를 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또 해당 글은 “대다수 임직원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1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번 회사에서 단 한푼의 OPI도 지급하지 않는 것”이라며 “사업부 중 하나인 중소형 사업부 자체적으로 3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음에도, 0프로로 변경된 점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은 노조설립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네이버 밴드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날 기준 네이버 밴드 가입자는 3000명을 넘어섰다.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일 중소형 사업부에 격려금 차원에서 기본급 100%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격려금은 지난해 흑자를 낸 중소형 사업부를 중심으로 지급되며, 대형 사업부엔 지급되지 않는다. 이 같은 조치도 일부 직원들의 공분을 산 모양새가 됐다. 전날 네이버 밴드 게시글엔 격려금 지급 소식에 “회사 측이 매번 이런 식으로 직원들의 입을 막아왔다”, “대형 사업부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냐”는 댓글이 달렸다.

일각에선 삼성 무노조 경영 방침이 깨지면서 계열사를 중심으로 노조 설립 논의가 추진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노조 설립 이후 이달 3일 삼성화재 노조가 출범한 바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노조를 설립한 이후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간 억눌려 온 노조 설립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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