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신상공개’ 공익성 인정···채무자 제재 강화 등 남은 과제는
‘배드파더스 신상공개’ 공익성 인정···채무자 제재 강화 등 남은 과제는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20.01.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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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여권 취소 및 형사적 처벌, 대지급제도 도입 등 국회 입법이 ‘관건’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57)씨와 변호인단이 15일 새벽 무죄 판결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입구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주재한 기자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57.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씨와 변호인단이 15일 새벽 무죄 판결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입구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주재한 기자

법원이 양육비 채무자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한 활동가에게 무죄를 선고한 배경에는 이러한 공개 행위가 ‘공공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시민사회와 법원이 양육비를 국가차원에서 고민할 문제라고 의제를 던지면서, 국회가 제도변화를 위한 입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이창열 부장판사)는 15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온라인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 활동가 구본창(5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구씨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게재 행위에 관여했는지, 이러한 행위를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구씨가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양육비 문제는 공적 관심 사안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인 비방할 목적이 부정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구씨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하면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양육비 채무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함으로써 채권자의 고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행위는 그 동기와 목적에서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일부 사적인 동기가 포함되더라도 전체적으로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구씨와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등 양육비 관련 단체들은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통한 여론 형성과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 촉구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가 창설된 지난 2018년 7월 이후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도 10개에 달한다.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제제 조치를 강화하는 법안,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보고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이다.

배드파더스 사이트 창설 이후 국회에서 발의된 양육비 관련 법안 현황. / 표=법무법인 숭인 제공
배드파더스 사이트 창설 이후 국회에서 발의된 양육비 관련 법안 현황. / 표=법무법인 숭인 제공

구체적으로 제재 강화 법안들은 양육비 채무자의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하고, 여권발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가장 강력한 제재 조치가 ‘감치’인데 그 실효성이 낮고 강제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발의됐다.

하지만 양육비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낮은 면허 제한을 제재 수단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걸림돌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당결부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부당결부금지 원칙이란 행정기관이 행정작용을 함에 있어 상대방에게 그것과 실질적 관련성이 없는 의무를 부과하거나 그 이행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교통법규 위반을 이유로 비영리 단체허가를 거부하는 처분은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판례가 있다.

양육비 채무자를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도 발의돼 있다. 아동복지법상 ‘방임행위’에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포함하는 것, 양육비이행법에 관련 내용을 위반행위로 규정해 처벌조항을 마련하는 것 등이다.

채무자의 ‘사적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代)지급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대지급 제도가 운용되면 한부모가족 및 아동의 빈곤을 즉각적으로 예방하고 지속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가재정이 양육비에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법안들이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접수 상태로만 남아있어 20대 국회 만료 시 자동폐기가 유력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의안은 폐기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입법 운동을 펼친 결과 10개의 법안이 발의됐다”며 “20대 국회 본회의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 됐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양육비 관련 법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더 큰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씨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양육비 채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막말, 협박 등 개인이 감당하기 버거운 짐들이 많았다”며 “양육비는 한부모가정이 겪는 최대의 문제임에도 여성단체들이 소극적이다. 양육비 문제를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큰 여성 단체나 국회, 정부가 먼저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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