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개 제한’을 바라보는 2가지 시선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19.09.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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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수사공보준칙 개정안 준비에 찬반 갈려
‘인권 보호’ 동의하지만 주체·시점 우려하는 의견 많아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 안장된 고 김홍영 전 검사 묘소에 참배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 안장된 고 김홍영 전 검사 묘소에 참배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개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법조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양쪽 모두 범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이 공개돼 당사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개정의 주체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견이 나오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개정안(공보준칙)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오는 1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사법개혁을 위한 당정 협의회를 갖기로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조국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협의의 주요 내용은 법무부 훈령인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바꾸는 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은 법무부 훈령이기 때문에 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다.

법무부는 큰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법무부 형사기획과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개정안에는 형사사건의 경우 공개금지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그 요건과 범위를 정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는 사건관계인의 인격 및 사생활, 범죄전력, 주장 및 진술·증언 내용, 진술·증언 거부 사실, 검증·감정, 거짓말탐지기 검사 등의 시행 및 거부 사실 등의 공개가 금지된다.

다만 ▲중대한 오보가 있어 신속하게 진상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할 경우 ▲범죄로 인한 피해 확산, 동종 범죄 발생이 우려될 경우 ▲공공의 안전과 관련된 경우 ▲범인의 검거 등을 위해 국민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사건의 수사착수 사실 등에 대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소환 대상자의 소환사실과 수사과정의 촬영을 금지하는 ‘초상권 보호’(고위공직자 제외) 내용도 담았다. 공무원의 경우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교육감,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의 법관,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의 검사, 치안감급 이상의 경찰공무원, 지방국세청장 이상 및 이에 준하는 국세청 소속 공무원, 대통령 비서관실 이상 및 이에 준하는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 등이 예외적 촬영 허용 대상자다. 정당의 대표 및 최고위원, 이에 준하는 정치인, 대규모 공공기관의 장, 금융기관의 장,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또는 기업집단의 대표이사 등도 예외적 촬영 허용 대상자에 포함됐다.

법무부는 예외 대상을 분명히 정해 국민의 알권리 또한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총칙에서 ‘형사사건 피의자, 참고인 등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와 조화를 이루도록 검사와 법무부 소속 공무원이 준수할 사항을 규정한다’고 그 목적을 적시했다.

개정안에 참석하는 측은 ‘인권보호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현행법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어서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해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처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 편의를 위해 피의자를 망신주고, 제대로 된 항변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 여론을 유리하게 몰아가 법원으로 하여금 잘못된 예단을 갖게 하는 것 등의 행위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폐단”이라며 “수사보다 인권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피의사실공표죄가 가볍게 다뤄졌다면, 이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피의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보다 엄격한 법의 적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송기호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은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이후 수사결과를 통해 혐의가 달리 나왔을 때,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구제는 안 돼 왔다. 공소를 제기하는 과정에서부터 그 범죄가 확정된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며 “‘인권보호’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의미가 있는 개정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조국 수석이 장관이 된 이후 개정안이 추진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조 장관 일가를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고 수사를 견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이다.

검찰 내부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공론화하고 반대 목소리를 냈던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맞는다”면서도 “조국 장관 가족과 관련자들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조 장관은 이 문제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조 장관은) 본인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오해 살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설사 피의사실 공표에 문제가 있더라도 자신에게 적용해선 안 된다”며 “조국은 피의사실 공표도 언론자유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고 말한 적 있었다”고 비판했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에서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피의사실 공표를 엄단한다고 발표한 것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메는 것에 다름없다”며 “명분을 얻지 못하면 검찰개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 임명에 앞서 자진 사퇴를 요구했던 임무영 부장검사도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때가 좋지 않다. 본인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는데 그렇게 필요했으면 민정수석 때 추진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비판 글을 올렸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법무부는 “형사사건 비공개 원칙에 관한 훈령 제정을 추진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 대법원, 변협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별도의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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