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H&B스토어, 멤버십 모두 2030 비중 50% 넘어···"재밌어야, 편리해야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
상식 파괴하는 B급 콘텐츠에 반응···괄도네넴띤, 읶메뜨에 열광한 이유

최근 모든 회사들이 2030 소비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밀레니얼, 밀레니얼"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밀레니얼이란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신세대라는 말이 이미 신세대와 어울리지 않지만 어쨌든 1990년대에 태어났으니 기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중간 지점에 있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이에 밀레니엄 세대 기자로서 모음이 모조리 탈락한 'ㅇㄱㄹㅇ ㅂㅂㅂㄱ'나 괄도네넴띤과, 읶메뜨(이 모든 단어가 과거 임성훈 MC의 <생방송 퀴즈가 좋다>의 문제처럼 들린다면 당신은 이미 밀레니얼 세대라고 할 수 없다)에 2030이 왜 열광하는지 들여다봤다. 

시기 좋게 등장한 책이 있다. 임홍택 저자의 <90년생이 온다>(웨일북, 2018)다. 임 저자는 2007년에 CJ그룹에 입사해 2012년 CJ인재원에서 신입사원 입문교육 등을 담당하며 겪은 90년대생들의 재기와 그 재기의 발랄함에 대해 책을 썼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도 이 책을 많이 읽는단다. 5년차 직장인인 91년생(29세·2019년은 20대의 마지막 해) 선배 한 명은 얼마전 상사로부터 "그 책, 읽어봤나? 그 책"이라며 이 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단다. 선배는 "아, 넵"이라고 답했다. 이 "넵"은 밀레니얼 세대 피로의 집약같은 단어다. 

총 336 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이 중 1/3 가량을 2030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를 분석하는 데 할애한다. 책은 '그들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유머라고 소개한다. 더이상 "너도나도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던 시기"가 아닌 것이다. 감동은 차라리 유머에서 나온다. 장난같은 'ㅇㄱㄹㅇ ㅂㅂㅂㄱ'나 괄도네넴띤이 지상에 내려온 천상의 제품이라 히트한 게 아니다. 이 유머 코드를 잘 노렸기 때문이다.   

◇ 유머, 제일의 가치

유머는 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확산되고 합의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영어 네이티브가 아닌 2030 누구든 "나는 디지털이라도 네이티브"라는 말로 허무한 자기위안을 얻을 수도 있겠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를 말한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을 엄청 잘 쓰고, 에어팟을 끼고, 스마트 워치를 차고, 노트북을 갖고 있으면서 굳이 아이패드를 사고, 해외 여행을 준비할때 <Just Go 후쿠오카편>에 형광펜을 칠하는 대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계획을 짜는 그런 세대다. 

2030은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통해 편집된 이미지를 공유하거나 덕질에 깊이를 더한다. 편의점 신상도 SNS을 통해 안다. 옷도 SNS 팔로워에게서 산다. 팔도의 괄도네넴띤은 오프라인에 풀리기 전에 11번가에 먼저 팔렸다. 

이런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SNS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때가 있긴 하다. SNS 계정과 휴대전화 번호를 연동해놓은 친구의 SNS로 상사가 팔로우를 신청해 온 것이다. 친구는 바로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SNS란..."이라는 회한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다. 

누군가가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리려고 한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누군가가 인스타그램에 게시글을 올리려고 한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유통업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2030의 비중은 실제로 크다. 연봉은 4050보다 적을지 몰라도, 돈을 아끼지 않고 오늘의 나를 위해 쓴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중심 타겟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든 업태에서 20대는 다 중요하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80%가 20대로부터 나온다. 편의점 매출도 과반이 2030에서 나온다. GS25에 따르면 2030 매출 비중은 59%였다. 이 중 30대가 33.2%로 전체 연령 중 1위를 차지했다. SPC그룹 멤버십인 해피포인트의 지난 3개월 간 2030 비중은 55%로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다.   

다만 아직 백화점에서는 20대의 위상은 낮다. 그러나 이를 30대가 위로한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 중 20대가 7%, 30대가 30%였다. 이 30대의 30%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고 한다. 

/자료=각 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각 사의 전체 매출 중 2030세대 매출.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30대 비중만 적시. /자료=각 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업체들도 2030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헤라(HERA)의 광고모델에 최근 블랙핑크 제니가 발탁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GS25가 코미디언 신봉선과 손잡고 SNS에서 유명한 '신봉선 짤'을 활용한 '상상도 못한 캔디'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일유업은 자사 제품 '우유속에 코코아·모카치노' 등을 아예 온라인에서 언급되는 '우유속에 어쩌구'를 반영해 '우유속에 어쩌구'라는 이름으로 실제 내놨다.  

◇ “아 귀찮아”

밀레니얼 세대는 기사를 찾아 종이를 들추거나 포털 메인을 헤매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기사 요약본을 보면 되니까. 아예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메일링'을 기치로 내건 뉴닉(Newneek)이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에디터들이 선정한 뉴스를 레터 형식으로 받아보는 것이다. 뉴닉은 자신들을 "지금까지 신문 받아보다 몇 번 꾸..벅...졸음....이 쏟아졌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우편함에 꽂혀있던 신문 대신, 이제 여러분의 메일함에 차곡차곡 모일 거예요"라고 소개한다. 레터는 친구가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 전개된다.  

편리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성향은 <90년생이 온다>에서도 "편리함에 가중치를 높게 두는 90년대생들의 소비 패턴"으로 소개된다. 

왼쪽 뉴닉 뉴스레터, 오른쪽 밀리의서재 앱 구동 화면. /사진=박견혜기자
왼쪽 뉴닉 뉴스레터, 오른쪽 밀리의서재 앱 구동 화면. /사진=박견혜기자

월정액 독서앱인 밀리의서재는 최근 뜨고 있는 독서 플랫폼이다. 종이책 없는 서점인 셈인데, 프리미엄 회원권을 끊으면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e북을 이용할 수 있다. 이병헌과 변요한이 광고해서 더 유명해지고 있다. 지난 8일 밀리의서재는 자사 회원의 77%가 2030세대라고 밝혔다. 굳이 서점에 가지 않아도, 책을 볼 때마다 1만원이 넘는 돈을 들이지 않고도 책을 편하고 많이 볼 수 있는 플랫폼에 2030이 몰린 것을 당연하다. 

앞선 퀴즈가좋다의 답을 이제 알려드린다. 'ㅇㄱㄹㅇ ㅂㅂㅂㄱ'는 편의점 씨유(CU)에서 판매한 모찌롤의 이름이다. 이거레알 반박불가의 초성만 땄다. 이 모찌롤이 너무(ㄹㅇ, 진짜, 레알) 큰데다가 맛있는데 저렴하기까지해서 제품력을 반박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JMT(매우 맛있는)인 띵작(명작)이라는 뜻이다. 괄도네넴띤은 세상의 시름을 지운 채 동공을 풀고 보면 마법처럼 팔도비빔면이 될 것이다. 읶메뜨도 같은 원리로 위메프가 된다.

언론사가 한글파괴를 자처하고 야민정음을 활용하며 유튜브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학생같지 않은 것, 직장인같지 않은 것, 한글같지 않은 것, 그래서 말같지 않은 것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노리는 것이다. 포인트는 바로 '답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기사도 산업부 기사 답지 않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따위의 작위적인 시점도 일부러 넣지 않았다. 형식과 공식을 파괴하고 차라리 B급에 끌리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라서 말이다. 어차피 내일 다시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을 써야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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