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기관 신용 위험 우려…신용위험으로 번지는 경로 주시해야

유럽에서는 올해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오는 가운데 정치리스크 역시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 중앙은행(ECB)에서는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양적완화를 다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 사진=뉴스1
유럽은 올해 들어 긍정적 평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오는 가운데 정치리스크와 남유럽 국가 금융 위기 가능성이 여전히 언급되는 중이다. 

유럽은 한국 경제의 전체 수출 가운데 10% 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하면 낮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더구나 유로존에는 조선과 자동차, 전자 등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산업의 수출비중이 높다. 금융시장에서도 유럽의 영향력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달러 강세에 달러화 자금은 이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지난 12월 29일부터 9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향후 환율 전망도 원화 약세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다. 미국과 달리 기준금리가 낮은 유럽계 자금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유럽계와 일본계 자금 정도가 국내증시에서 매수를 이어가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채권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9일까지 원화채권 2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지난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유럽은 동결했다. 이 때문에 유럽계 자금은 국내 투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계 투자자들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주요 매수 주체"라며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지난해 순매수를 확대했기 때문에 향후 유럽 불확실성 증대시 유럽계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 출회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경제 회복세…유럽 금융기관 불확실성은 뇌관

유로존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치 리스크 부각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 측면만 보자면 유럽이 안정화를 되찾고 있어서다. 우선 유로존에서는 고용환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유로존 11월 실업률은 9.8%로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존의 견고한 내수회복 덕분에 제조업지표 개선세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물가상승세도 가시화되고 있다. 유로존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0.1%일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깨고 0.1%를 기록하며 3년내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12월 소비자물가도 시장 전망치인 1.0%보다 높은 1.1% 상승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정치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이제 회복세를 가시화하려는 유럽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으로는 금융기관이 꼽힌다. 지난해 발표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경기 부진과 마이너스 금리의 지속 등으로 금융기관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금융기관들의 불확실성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 경제 여력이 고갈된 남유럽 국가들의 채권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유로존 전체 실업률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국가별로는 여전히 높은 실업률이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20%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며 이탈리아는 12%에 달한다. 

금융 시장의 리스크는 유럽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ECB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올해 12월까지 연장하면서 규모는 줄였다. 대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정치 이벤트를 포함해서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채권 매입 규모를 다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신용 위험 우려·정치리스크 부담에도 대응 마땅치 않아

ECB가 금융위기 확대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마이너스 금리를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이탈리아나 남프랑스의 은행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반대로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면 독일이나 네덜란드 은행들의 부담이 커진다. 유럽 은행들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CB의 대응 수준을 넘어설 경우 유로존의 방향타를 잡을 프랑스나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유로존내 국가들의 정치적 판단은 유로존의 대응능력을 축소시킬 여지가 크다.

ECB의 대응을 넘어설 정도로 급격한 리스크 확대를 한국 경제가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확인했듯 이 정도 규모의 선진국 위기 상황은 대응이 쉽지 않다. 금융시장도 위기 상황에서는 평소의 상관계수를 무시하고 동반 폭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대 손실을 가정하고 영향도를 예상할 수는 있지만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로 풀려 있는 유동성과 중앙은행간 공조로 유럽에서 국가 부도나 외환 위기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그러나 금융기관을 타고 신용위험으로 번지는 경로는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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