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 118억원↑…“경쟁서 도태된 스타트업 지원은 생태계 망쳐”

총성 없는 전쟁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중국은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 큰 무리가 창업을 하고 혁신에 임한다)을 외치며 스타트업 굴기를 노리고 있다. 미국은 스타트업 아메리카, 독일은 인더스트리4.0, 네덜란드는 스타트업 델타라는 간판을 내걸고 스타트업 지원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추진중인 창조경제 핵심에 바로 스타트업이 있다. 다만 새해 들어 창업가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국정 농단 의혹 사태로 ‘안티 창조경제’ 기류가 형성되면서, 정부 주도 창조경제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지원예산 삭감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육성정책이 정치스캔들 탓에 요동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정부의 무조건적인 스타트업 지원에는 고개를 젓는다. 정부가 창업예산을 무분별하게 확장·남발한다면 스타트업계 경쟁이 과열돼, 오히려 창업환경을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 스타트업 핵심축 ‘창조경제혁신센터’

세계 정보통신(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 모두 스타트업이다. 아이디어로 싹튼 작은 회사는 어느덧 세계 경제를 이끄는 공룡이 됐다. 스타트업 신화 배턴은 알리바바・우버・에어비앤비가 이어받았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이 아이디어와 기술로 중무중한 대표 창업기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 같은 ‘대박 스타트업’ 키우기에 혈안이 돼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가뭄 든 청년 일자리에 단비가 될 수 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정부의 스타트업 사랑에 한 몫하고 있다. 

 

서울 세종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앞을 지나는 시민들 모습. / 사진=뉴스1
지난해 정부 벤처·창업 예산 지원액은 약 1조9000억원이다. 지원금은 6개 부처 32개 사업을 통해 전국 각지에 뿌려졌다. 핵심 사업은 창조경제혁신센터다. 정부는 창업 지원 인프라를 체계화하고 전국 각지에 창업보육을 받을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전국 18개 광역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마련했다.

일각에서는 창조경제라는 정의가 모호한 탓에, 스타트업 지원 역시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 대표들로부터 괜찮은 점수를 얻고 있다. 스타트업 니즈(needs)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정치미디어 어니언스를 창업한 박종화(29) 대표는 “당장 자본금과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공간과 돈은 고민일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센터를 통해 회의실과 필요 장비 등을 지원받고 있다. 정부가 스타트업에 힘을 실어주는 범위는 생각보다 넓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지원 늘리면 스타트업은 클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6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데모데이'에서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등 참석자들이 '맹금류를 모티브로 한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방지 솔루션'에 대한 발표를 경청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창업자들은 최근 발생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불똥이 창업환경으로 튈까 걱정하고 있다. 창조경제라는 명칭이 비선실세 아이디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까지 찬밥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탓이다.

정명훈 청년창업연구소 소장은 “창업자들을 만나보면 최순실 사건 관련해서 불안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다. 순수한 마음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정부주도 창조경제센터에 입주했는데 (국정농단) 프레임이 씌워질까 걱정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업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연루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정부주도든 민간주도든 몸에 느껴지는 지원책, 즉 지원자금과 공간지원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도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정책 핵심축이 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청년 혁신가 450명을 양성하고 1500억원 규모의 기술펀드를 본격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또 판교에 창조경제밸리를 구축해 글로벌 창업 혁신 중심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예산은 지난해 319억에서 올해 437억원으로 118억원 증액됐다. 지방비는 서울과 전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99억원이 확보됐다. 지역특화사업 활성화 지원사업에는 72억8000만원을 신규배정하고, 시제품 제작, 설계지원, 성능 테스트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규모로 보면 올해 창업 환경은 더 나아진 셈이다.

커진 창업지원 파이(pie)가 한국판 애플을 만들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스타트업이 ‘배고픈 영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타트업은 지원액과 비례해 성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스타트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경쟁에서 도태된 스타트업을 무분별하게 지원한다면 오히려 창업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기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사는 “해외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서 일정 지분을 가져가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방식이 없다”며 “정부가 초창기 스타트업 대상으로 지원금을 별다른 조건 없이 주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은 지원을 받아 크는 게 아니다. 지원이 많으면 작은 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 창업자들에게 돈을 많이 주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이익을 얻어야 하는 스타트업이 지원을 받지 못해 성장이 멈추기도 한다지금은 과유불급이다. 시장 내에 스타트업 숫자가 정리가 돼야 건강한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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