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미래부 힘겨루기에 현장 혼란만 가중…차기 정부는 콘트롤타워 명확히 해야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2016 이러닝 코리아(e-Learning Korea 2016)' 전시장을 방문해 VR(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의례적으로 정부조직개편이 단행되고 정부 부처에 대한 대대적 수술에 들어간다. 새 정책은 새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날을 가장 학수고대 하고 있는 곳중 하나가 바로 4차 산업 혁명이라고 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등 4차 산업 혁명 분야다.

현재 대한민국의 IT산업은 하드웨어는 산업통상자원부, 소프트웨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나누어 관장하고 있다. 그동안 산자부는 반도체 등 수출 품목을 맡고 미래부는 이동통신사를 주관하며 균형을 이루고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이 같은 균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로봇을 만들려면 인공지능이 필요하고 빅데이터 사업을 하려면 하드웨어인 데이터센터가 필수다. 사물인터넷 제품을 만들려면 이를 이어주는 소프트웨어 없인 불가능하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상무는 “4차 산업 혁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필수”라며 이렇게 나뉘어 있으면 서로 협의하기도 힘들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도 많기 때문에 부처를 나누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를 만들던 제조업체들과 이통사들이 모두 신사업에 뛰어들면서 해당 산업을 어떤 부처에서 담당을 해야 하는지 현장에서도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같은 지적은 현실화 되고 있다. 초창기 인공지능, IoT로 대표되는 지능정보산업은 미래부에서 주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산자부가 로봇 산업 등을 키우겠다며 제4차 산업혁명 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 외부에선 부처 간 협력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 실적과 업적을 중시하는 한국 부처 문화 특성상 이는 불가능하다.

각종 4차 산업 관련 위원회가 산자부에서 다 꾸려지기 시작했고 그런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분야가 자연스레 산자부 쪽으로 흡수되게 됐다. 부처 간 힘겨루기에서 미래부는 사실상 산자부에게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인공지능 업계에서 존경받는 한 교수조차 인공지능을 주관하는 부처가 어디냐는 물음에 딱 잘라 대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학계 및 업계에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인공지능 등 4차 산업과 관련해 새로운 주무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 전문가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향후 부처 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부처 간 힘겨루기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이통사 관계자는 “지금은 한 부처 한 부서에서 이런 신사업을 모두 관장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현장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거나 정책이 힘을 받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말 4차 산업을 키우고 싶다면 산자부와 미래부에서 신사업 관련 분야만을 떼어내 새로운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 더불어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들을 키우기 위해선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진흥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재인 주파수로 사업을 하는 이통사들을 규제하는 방통위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가통신사업자들을 담당하다보니 진흥보단 규제가 정책의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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