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5bp씩 두번 인상 적당…가계도 경제정책 조정해야

기준금리 올릴까 내릴까.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돌파하면서 한국은행의 시름도 깊어졌다. 가계부채는 금리를 올린다고 줄어들지도, 내린다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금리를 인하하면 빚을 내 집을 사느라 가계 빚 부담이 커지고 금리를 인상하면 이미 빚을 내 집을 샀던 가계들이 금리가 높아져 갚아야 할 돈이 많아진다. 이 때문에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이다.

미국은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 시장금리가 오른 시점에서 금리를 내려선 안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갑작스레 큰 폭으로 인상하지 말고 아기 걸음처럼 점진적으로 올려 “빚내서 집사라”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4년 4월 취임한 이래 총 5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한 직후인 2014년 8월 연 2.25%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후 10월 2%로, 이어 2015년 3월 1.75%, 6월 1.5%로 줄줄이 떨어뜨렸다. 지난해 6월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1.25%까지 끌어내렸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김중수 전 총리 재임기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6.17%였으나 이주열 총재가 한은 수장이 된 이후 21.37%까지 치솟았다. 2002년 4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는 약 465조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약 1300조원으로 14년만에 3배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벌어들이는 수입은 적은데 당장 신혼집을 마련해야 할 경우, 자금이 부족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대출은 서민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효과가 있다. 다달이 이자 또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으면 미리 자금을 끌어와 집을 장만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갚아야 할 이자와 원금은 결국 개인 소득의 일정부분을 떼서 사용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많을수록 소득대비 상환비율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이는 결과가 초래된다. 소비를 줄이면 내수 활력이 떨어지고, 경제 전반 위기를 낳을 수 있다. 사상 최저 금리가 이에 한몫했다. 금리가 낮을 때 가계 빚을 왕창 냈지만 금리가 인상하게 되면 결국 더 큰 빚을 떠안게 되는 건 서민 몫이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뇌관을 터뜨릴 수도 있다’는 전제를 인정하지만 그래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준금리 하락은 서민 주거비 부담을 폭증시킨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기준금리가 낮아지며 전세 수익률이 떨어져 임대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게 돼 월세거래 비중은 2011년 33%, 2015년 44.2%, 지난해 8월에는 45.8%까지 늘었다”고 전했다.

임대인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매물이 없어지고 전세값은 고공행진을 보였다. 매매가와도 다를 바 없는 전세가격으로 가계는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이주열 총재 취임 전인 2014년 63.1%였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2016년 7월 67.2%까지 상승했는데, 이 기간동안 기준금리는 연 2.5%에서 연 1.25%로 인하됐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리를 올리면 지뢰밭이 된다. 그러나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는 건 방법이 아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가계부채를 앞으로 더 만들지 않도록 선제적 노력을 가능한 한 빨리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0.25%포인트씩 올해 2차례정도 올리는 게 적당하다”며 “외환위기 때처럼 급진적으로 금리를 올려 올려 경기를 얼어붙이자는 게 아니라 미국과 금리차를 두며 금리 역전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리게 될 경우 미국과 내외금리차가 좁혀지면 환율시장, 외환주식거래시장이 모두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고통스럽지만 이에 맞춰 경제주체들, 특히 부채를 쥐고 있는 가계 주체가 스스로 그 자신의 경제계획을 조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갚지 않아도 되는 미래 자금을 미리 당겨쓰고 보자는 식의 생각도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금리를 올리는 동시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문제에 관해선 미시적 정책이 결부돼야 한다고 말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서민금융 지원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2014년 8월 LTV와 DTI를 완화했던 건 가계부채를 급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만들었다. 

 

김상조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은 없다”며 “금리를 올리며 취약계층을 살피는 폴리시믹스(정책조합·복수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복수의 정책수단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일)를 도입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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