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 부담 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도 필요…"빚 내서 집 사는 방식 바꿔야"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의 커다란 짐이 됐다. 13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는 2금융권 부채 증가 등 질까지 나빠졌다. 이 상황에서 소득은 정체됐고 금리는 오를 조짐을 보인다. 지난해말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올해도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빚 갚느라 허덕이는 가계들은 쓸 돈이 없다보니 내수 침체를 부채질하는 부작용도 크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으로 LTV·DTI 규제 강화,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 역할, 2금융권과 취약계층 부채 관리 등을 꼽았다. 각 대책별로 논의되는 내용과 파급 효과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 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LTV, DTI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득 정체와 금리 인상으로 올 3분기 가계부채 부실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었다. 문제는 버는 돈보다 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65.4%로 2015년 159.3%에서 6%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소득이 1년에 1000만원이면 부채가 1650만원인 셈이다. 비교 가능한 2010년 이후 가장 높다.
부채의 질도 나빠졌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고금리 2금융권 부채가 늘었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이들도 증가했다. 저소득층 뿐 아니라 중산층들도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가 늘었다. 이 상황에서 소득은 그대로고 금리는 오를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액 조절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액을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들은 내집 마련을 위해 빚을 늘렸다. 지난해 기준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일으킨 가구들의 대출 용도는 거주주택 마련이 40.3%로 가장 많았다. 전년보다 2.4%포인트 늘었다. 사업자금 마련이 21.1%로 뒤를 이었다. 전년보다 비중이 2.4%포인트 줄었다.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 마련이 18.8%로 2.7%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가계부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해 10월기준 예금취급기관과 주택금융공사에서 나간 주택담보대출액은 약 670조원에 달한다. 전체 부채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2014년 7월 정부가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 규제를 기존 50~70%에서 70%로 완화했다. 50~60%였던 DTI도 60%로 완화했다. 이후 정부는 이런 완화 조치를 1년 단위로 두 차례 연장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3년(5.7%), 2014년(6.5%)에서 2015년 10.9%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11.4% 늘었다.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4분기 48.2%에서 지난해 2분기 50.9%로 커졌다.
김지섭 KDI(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4년 7월 정부가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한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됐다"며 "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가계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LTV·DTI 규제 비율 완화 조치는 올해 7월 종료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2017년 업무계획을 통해 LTV·DTI 규제 비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LTV, DTI로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지 않겠다"며 "올해 DTI 기준을 60%로 유지한다는 것이 기본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증가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량을 조절하기 위해 LTV와 DTI 규제를 완화 이전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점진적 강화를 요구했다.
김지섭 부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따라서 LTV와 DTI 규제를 강화해야 가계부채를 관리하거나 증가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변수가 없다면 LTV와 DTI 규제를 강화하면 집 구매 수요가 줄기에 집값이 하락한다. 그럼 가계의 대출액도 줄어든다"며 "2014년 규제 완화 이전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장 LTV 규제를 70%에서 60%로 강화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미래의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기 위해선 LTV와 DTI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LTV·DTI 규제 비율 강화 주장이 나왔다. 여야 4당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여·야·정 정책협의회'에서 LTV와 DTI 정책을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9월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최경환 부총리 시절 잘못 만든 LTV·DTI 완화, 분양권 전매 등이 가계부채 문제의 초점이다. 이러한 것을 놔두고 미봉책을 계속할 경우 가계부채가 늘어 부실폭탄이 양산되고 부동산 과열은 계속될 것"이라며 "LTV·DTI 강화, 집단대출 규제 등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LTV, DTI 규제를 강화해도 이미 늘어난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LTV와 DTI 규제를 강화해도 현재는 사후 약방문이다"며 "LTV와 DTI 규제 강화는 신규 대출 축소에만 효과가 있다. 기존에 늘어난 부채와 부채를 늘린 사람들의 문제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됐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올 3분기에 문제가 본격화 될 수 있다"며 "미래의 가계부채 증가 문제를 없애기 위해 지금이라도 DTI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임기응변이지만 부채 가구 만기를 연장해주고 위기 가구에 특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악화시킨 가계부채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내집 마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주거 정책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헌욱 법무법인 정명 변호사는 "가계부채 총량 중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감소시키려면 시장에 주택을 공급할 때 가계부채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는 장기간 거주가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을 적극 공급해 국민들이 내집 마련을 위해 빚을 지지 않아도 되는 시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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