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유럽·서남아 운수권 추가 확보해 LCC에게 우선 기회
티웨이·에어프레미아, 통합 항공사에게 넘겨 받은 유럽·미주만으로도 버거워
중대형기 없는 LCC 현실적으로 취항 불가능···추가 항공기 도입도 쉽지 않아
일각선 국내 LCC들 무리해서도 기회 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에게 중장거리 취항 기회를 주며 육성하기로 했지만, 현재 국내 LCC 사정상 추가 운항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위한 중대형기를 보유한 항공사들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넘겨받은 유럽 및 미주 노선 운항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며, 다른 LCC는 중대형기가 없어 현실적으로 해당 노선에 취항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항공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에 따라 LCC를 적극 육성하는 등 경쟁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럽과 서남아시아 지역 등 중장거리 운수권을 추가 확보·배분해 LCC 중장거리 취항 기회를 늘린다.
또한 국내외 경쟁당국 시정조치로 대체 항공사 진입이 필요한 중국 장자제, 일본 나고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태국 푸켓, 호주 시드니 노선도 LCC가 우선 취항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럽 및 서남아 지역의 경우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아닌 다른 LCC에게 먼저 기회를 줄 것”이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운수권 외에도 해당국가와 항공회담을 통해 운수권을 추가 확보해 배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서남아 지역의 경우 최근 빠르게 인구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해외 여행객 수요도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남아 주요 국가인 인도는 14억명에 달해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국가로 성장했다.
◇ 티웨이 ‘유럽’, 에어프레미아 ‘미주’ 가기도 벅차
이처럼 국토부가 통합 항공사 출범에 따른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LCC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LCC들이 추가 운항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유럽에 취항하고 있지만, 추가로 노선을 늘릴 여력은 부족하다. 앞서 유럽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티웨이항공에게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4개 노선을 이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티웨이항공은 지난 8월 로마를 시작으로 해당 노선에 모두 취항 중이다. 이어 내년 상반기 내 보잉사 ‘B777-300ER’ 2대와 에어버스 ‘A330-200’ 1대를 추가 도입해 유럽 4개 노선 운항 횟수를 늘리고 캐나다 밴쿠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노선에 신규 취항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중대형기를 늘릴 계획이 있지만, 해당 항공기는 유럽 4개 노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노선은 국내 여행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독과점이 우려된 곳으로, 그만큼 띄우는 항공사가 적어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에어프레미아도 상황이 비슷하다. 미국은 양사 합병 관련 로스앤젤레스(LA),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등 5개 노선에 대해 아시아나 대체 항공사로 에어프레미아를 지목했다. 이에 에어프레미아는 5개 노선을 띄워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노선을 운항 중이며 내년 시애틀과 호놀룰루에 취항할 계획이다.
즉, 미주 노선 취항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유럽과 서남아 취항까지 신경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추가 도입하는 항공기도 대부분 미주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달 B787-9 1대를 비롯해 내년 상반기 2대, 하반기 1대 등을 도입해 내년 총 9대까지 항공기를 늘리고 예비엔진 2대를 확보할 방침이다.
다른 항공사들은 중대형기가 없어 해당 노선을 운항하는 것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차세대 주력 항공기인 B373-8의 경우 운항거리가 약 6500㎞로 한국에선 인도네시아까지 운항하는 것이 한계다. 이보다 더 먼 거리인 유럽과 서남아를 운항하기 위해선 다른 항공기를 도입해야 한다.
제주항공은 이미 B737-8로 기종 전환을 예고하며, 보잉사와 50대 구매 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도 당분간 B737-8 기종 도입을 늘려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려 해도 최근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들 상황을 감안하면, 이마저 여의치 않다.
보잉사와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사들은 파업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최근 신규 항공기 제작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엔데믹 이후 늘어난 해외 여행으로 전세계 항공사들의 항공기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LCC의 경우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내 LCC들이 무리를 하더라도 유럽과 서남아 취항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토부가 LCC를 밀어주는 이번과 같은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며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기재를 리스하거나, 무리한 확장을 하더라도 운수권을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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