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살기엔 희생 큰 사회···스스로 투자, 삶의 만족도 높여”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부모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한다. 출산이 가능했던 시절 자녀 양육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사회적 배려가 있었다면 아이를 가졌을 것이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결혼 5년 차 김소영(37) 씨 부부는 ‘딩크족’(DINK·무자녀 맞벌이)이다. 퇴근 이후 시간은 온전히 서로를 위해 사용한다. 일주일 중 두 번은 수영과 요가 수업을 함께 다닌다.

그 외 시간은 각자 다른 취미생활을 즐긴다. 마음이 맞으면 1박 2일로 즉흥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자녀가 없으니 눈치 볼 일이 없다. 먼 미래에는 고급 실버타운에 들어가 노후를 맞이할 계획이다.

Q. 왜 딩크족이 됐나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고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지금도 신혼집을 마련하면서 받은 대출 이자와 각종 생활비를 감당하기에 빠듯하다. 우리나라 특유의 경쟁 사회에서 비롯된 엄청난 사교육비와 막대한 양육비를 생각하니 겁이 났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남편이 자녀 양육에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컸다.

김소영씨 부부는 자녀 없이 둘만의 여행 등 자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어 ’딩크의 삶‘을 택했다고 말한다. / 사진 = 본인
김소영씨 부부는 자녀 없이 둘만의 여행 등 자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어 ’딩크의 삶‘을 택했다고 말한다. / 사진 = 본인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들은 애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게 지옥 같다며 다들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다.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우리는 물론 아이도 행복할지 의문이 들었다. 평생 자녀를 위해 일하다가 자녀를 위해 집을 마련해 주고 나 자신의 노후까지 대비해야 하는 삶이 부담스러웠다. 요즘 집값과 물가를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Q. 자녀가 없는 삶이란

“둘 다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각자 커리어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 아이 갖기를 미루다 보니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일단 육아가 없으니 충돌할 일이 없다. 돈 들어갈 데가 적으니 주말에 외식은 물론 여행도 자유롭게 다닌다.

경력 끊김도 없어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일하는데 지장을 받고 싶지 않아 결혼 전부터 남편과 아이를 갖자는 얘기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나를 닮은 아이가 궁금하긴 하지만 그건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욕심이라고 본다. 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의 삶을 더 신경 쓰며 함께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Q 부모님 반응은 어떤가

“물론 부모님은 손자·손녀를 보지 못해 아쉬워하신다. 그러나 양가 모두 굳이 임신 계획을 묻진 않으신다. 엄마는 “굳이 아이를 낳아 고생하라고 등 떠밀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둘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니 이런 삶을 이해하시는 분위기다. 대신 양가 부모님께 명절과 생신 때 용돈을 많이 챙겨 드린다.”

Q. 나이가 들고 아프게 되면 간병해 줄 자식이 없는데

“한 통계를 보니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대학까지 보내려면 4억원이 들더라. 부모들이 교육비 탓에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불안한 노후는 결국 자녀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자녀가 나를 간병해 준다는 보장도 없고 나중에 부담을 주긴 싫다. 우리는 그 돈을 저축하기로 했다. 둘이 아플 때 간병비로 쓰자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노후에 고급 실버타운에 들어갈 계획을 세워놓고 돈을 모아가고 있다. 자녀 양육비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자산 쌓기가 수월하다.”

Q. 딩크족이 바라보는 저출산 정책은

“최근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출산 정책이 나오는데 돈이 다가 아니다.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에 투자하길 원하는 젊은 부부들에겐 육아 휴직, 파트타임 근무, 재택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보장 정책 시행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 획일적인 지원책이 아닌 여러 가지 주거 상황과 커뮤니티 배경 등이 고려된 다양한 선택지들이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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