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자가주택 욕심 없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육아 행복해"
"저출산은 돈 문제보단 '인식' 때문이 아닐까"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저출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6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욕심을 버리면 편해요”

언젠가부터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우리사회를 지배한다. ‘애를 낳고 기르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보기가 힘들다’는 식의 성토가 쏟아진다. 하지만 육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인 김철호 씨(만 41세·가명)는 육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면 아이 키우기가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사진=시사저널e
직장인인 김철호 씨(만 41세·가명)는 육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면 아이 키우기가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사진=시사저널e

네 살 딸 아이를 둔 직장인 김철호(41세·가명) 씨는 영어유치원 등 사교육 기관에 아이를 보낼 마음이 별로 없다. 아이는 일단 뛰어놀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재산을 늘려야겠단 욕심도 없다. 

김씨는 “맞벌이를 하지 않고 중견기업에 다니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행복하다”고 한다. ‘내려놓고’ 보니 육아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Q. 아이 육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 가정은 내가 혼자 경제활동을 하기에 육아는 아내가 맡는다. 퇴근 후나 주말에  도와주는 식이다. 아내도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에 평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적다. 작년까지 사설 어린이집에 보냈고 올해 병설 유치원에 등록했다. 비용도 들지 않고 유치원 시설도 괜찮아 만족한다”   

Q.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아이를 돌보면서 느낀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육아에 지출하는 비용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교육 등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주변 지인들은 영어유치원 등 사교육에 대한 고민이 큰 걸로 아는데 우리 부부는 그렇지 않다. 일단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아이는 그저 뛰어놀도록 키울 생각이다. 이때 아니면 언제 실컷 놀 수 있겠는가.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어 아내와 다툴 일도 별로 없다. 아이와 잘 놀아주는 일만 생각한다.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도 학원은 웬만하면 보내지 않을 것이다. 학원을 많이 보낸다고 해서 아이가 꼭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건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아이가 공부에 소질을 보인다면 생각이 조금 바뀌겠지만, 그렇다고 비싼 돈을 들여 사교육을 시키진 않을 것이다. 학교 공부를 보조하는 정도로만 학원에 보낼 생각이다.   

외벌이로도 육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은 아니다. 중견기업을 다니고 있고 월급이 많은 편도 아니다. 현재 살고있는 집도 공공임대주택이다. 그래도 앞으로 재산을 더 늘려야겠다는 강박도 별로 없다. 대다수 사람들이 자가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지만 우리 가정은 그렇지 않다. 사교육 걱정, 경제적인 욕심이 없기에 육아도 힘들지 않다고 생각한다” 

Q. 원래 욕심이 없는 성격인가

“천성이 느긋하고 욕심이 없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성격보다 내가 자라온 과정에서 느낀 점도 한 몫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정형편이 여유로운 집안에서 자라진 않았다. 학창 시절에 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다. 하지만 대학교를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고 직장을 구해 아이도 키우고 있다. 열심히 살다보면 어떻게든 길은 다 생긴다는 생각이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이 경제적인 측면보다 ‘인식’의 문제라고 보는지 

“대체로 그렇게 생각한다. 경제적인 측면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식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세대의 부모들은 자식들에 최대한 무엇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부모 세대보다 더 커진 것 같다. 사교육에 대한 압박도 더 커진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부모가 뭘 많이 해준다고 해서 잘 크는지 잘 모르겠다. 결국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몫이다.

또래 아이들과 부대끼고 어울리면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자기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키우는 것이 아이의 학습 능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책을 보면 아이들은 운동을 하면서 어울려 놀아야 집중력이 개선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부모는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만 잘 보살펴주면 된다고 본다”

Q. 얘기를 듣고 보니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 문제보단 의식 전환 ‘캠페인’이 더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그렇진 않다. 그래도 제도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본다. 우리 가정이 아이를 어렵지 않게 키우는 이유는 욕심이 없는 것도 있지만, 국공립 유치원을 보낸 점도 컸다. 아마 유치원 비용이 더 들어갔다면 육아에 대한 생각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을 것 같다.

국가가 큰 욕심 없이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우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늘봄학교'(초1 학생들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교 등에서 돌봄과 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 정책도 지지하는 편이다. 공공기관에서 최대한 육아와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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