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사회 현직 회장 '셀프연임' 규정 개편
최정우 회장 연임 도전 여부 주목···오는 22일 마지노선
주식 3억원 사들인 최 회장···일각선 '연임 도전 시사'로 해석하기도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전경. / 사진=포스코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전경.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포스코그룹이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CEO) 선임 관련 규정을 전면 개정하면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거취도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내년 3월 예정된 주주총회 90일 전까지 이사회에 연임 의사 여부를 통보해야 해, 이르면 이번 주 중 연임과 관련한 의사를 밝힐 전망이다.

◆ ‘셀프연임’ 경로 차단···현직 CEO 연임 특혜 대폭 줄어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오후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새 지배구조 개선안을 확정했다. 개선안은 ‘셀프 연임’ 비판을 받아온 차기 회장 선출 방식을 전면 수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더라도 우선 심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여러 후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간 포스코그룹은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다른 후보자들에 앞서 단독으로 심사를 받을 기회를 줬다. 이후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한 달간 심사 후 적격 판단을 내리면 단독 후보로 주총에 참여, 안건이 통과되면 연임하는 식이었다.

해당 규정이 현직 회장의 연임을 손쉽게 하는 규정이라는 포스코 안팎의 비판이 일자 그룹 차원에서 개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는 최 회장이 3연임 의사를 밝히더라도 다른 후보자들과 똑같은 조건에 심사받게 된다. 포스코그룹은 올 3월 ‘선진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개선안을 만들어 왔다. 

CEO 승계 카운슬(협의회)에 현직 CEO가 포함되는 기존 규정도 삭제됐다. 사외이사 5명과 사내이사 1명이 참여하는 CEO 승계 카운슬은 후보군을 발굴해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사실상 CEO 승계 카운슬이 회장 선출 과정의 문고리 역할을 해온 것인데, 이 기구에서 현직 CEO를 배제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차기 회장 연임 관련 규정이 개편됨에 따라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회장직 취임 후 지난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3월이면 5년 8개월간의 회장 임기를 마치게 된다. 만약 최 회장이 연임 도전에 나설 경우 포스코 역사상 최초로 3연임에 도전하는 회장이 된다. 

최 회장은 사규에 따라 내년 3월 주주총회 개최 전 90일 전까지 연임 여부를 이사회에 통보해야 한다. 사실상 오는 22일이 연임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 최 회장은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그래픽=시사저널e DB
최정우 포스코 회장. /그래픽=시사저널e DB

◆ 여전히 나오는 최정우 ‘3연임 도전설’

회장 선출 절차 변경으로 최 회장의 3연임을 위한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서 연임 관련 규정을 개편하면서 3연임에 도전하는 최 회장에게 쏠릴 부정적인 이슈를 제거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혜 논란이 사그라든 데 따른 ‘외풍 차단’ 효과도 있다. 그간 포스코는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회장 인선과 경영에 적잖은 영향을 받아왔다. 이구택, 정준양, 권오준 전 회장까지 모두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정권 교체와 맞물려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일찍 자리를 떠난 과거가 있다. 

최근 최 회장의 연임 도전을 시사하는 행보도 관측됐다. 최 회장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12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11일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현충원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포스코그룹 역대 회장들이 매년 박 명예회장의 기일인 13일에 맞춰 추도식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최 회장의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최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사들였다. 3억710만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한 최 회장의 보유 주식은 3338주에서 4038주로 늘어났다. 

이를 두고 회사 측은 “(최 회장의) 개인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일각에선 “최 회장이 우회적으로 연임 도전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연임 여부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주변의 이목을 피하고자 공개일정인 추도식 일정을 피하기까지 한 최 회장이 공개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건 사실상 연임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의 그간 경영성과도 그의 3연임 도전설에 힘을 싣는다. 그는 기존 철강 중심이던 포스코그룹을 선제적 투자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또한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면서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롯데에 재계 5위 자리를 내준 지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5대 그룹’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 2월 포항 시민 1000여명이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지난 2월 포항 시민 1000여명이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 尹정권 ‘패싱’ 논란 여전···사법 리스크 압박도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패싱 논란을 키워왔다. 최 회장이 3연임할 경우 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법 리스크도 임기 내내 최 회장을 괴롭힐 수 있다. 최 회장은 회사차를 사적으로 유용해 왔다는 의혹이 알려지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 9월 검찰에 송치됐다. 최근 한 시민단체는 최 회장을 포함한 이사회 관련 임원 1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8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이사회를 열었는데, 당시 회장 선임을 앞둔 최 회장이 선출권자인 사외이사들에게 일종의 로비를 했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포스코 미래기술원 수도권 분원 설치와 관련한 지역 시민단체와의 갈등 해결도 과제로 남았다.

만약 최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다면 포스코그룹은 CEO 승계 카운슬을 가동한다.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CEO 승계 카운슬이 전달한 회장 후보군 명단 중 1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 내년 3월 주총에 올린다. 최 회장은 2000년 민영화 이후 최초로 정권 교체 후에도 임기를 끝까지 수행한 회장으로 남게 된다.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에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 인사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언급됐으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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