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경기부양 대책 실패 및 업황 불안에 실적 하향세
선박용 후판 가격도 인하 전망···수입물량 저가 공세에 기 못 펴는 韓 제철소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후판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1후판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기업이 글로벌 경기부진과 고금리, 수요약화 등으로 본업인 철강 제품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열연과 냉연, 후판 등 주요 제품의 가격 및 판매량이 하락하면서 실적 역시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7일 증권가에 따르면 포스코 철강 부문의 올해 예상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38조9100억원, 2조7700억원이다.

태풍 힌남노로 조업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던 지난해에도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부진한 시황에 더욱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확실시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부문의 제품 생산 및 판매 감소 및 가격 하락 영향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고부가 제품 판매 비율 확대와 원료 가격 하락, 원가 절감 노력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업황불안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현대제철도 실적 하락세는 마찬가지다. 시장에선 중국이 올해 하반기 들어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수많은 관련 정책을 실시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현지 철강 수요회복이 늦어지면서 국내 기업 역시 맥을 못추고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 호황으로 선박용 후판 수요가 늘어나 판매량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수입 물량의 증가와 가격 협상의 난항에 큰 이익이 나지 않고 있다. 조선소들이 국내산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납품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후판을 원가절감을 이유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중이다.

포스코의 올해 1~3분기 후판 생산량은 최근 5년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해 1~10월 수입 후판 물량은 190만톤(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3%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산은 107만t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1% 증가했다.

저가 중국산 후판의 유입량 증가에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와의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공정도. / 사진=포스코

후판 최대 수요처인 조선사들이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서다. 인하로 가닥이 잡히지 않을 경우 중국 등 수입산 철강재의 사용을 더욱 늘리려고 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중국산 후판은 국내 제품보다 약 20% 저렴하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후판 공급가는 t당 97만~98만원 선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상반기 납품가격은 t당 100만원이었는데,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철강사들은 지난해말 t당 8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이 올해 들어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는 동시에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판의 최대 수요처인 조선업계가 물량을 주문하지 않으면, 생산능력이나 목표치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가격하락으로 가닥이 잡히는 양상이다.

본업인 철강이 대내외 악재로 수익성 약화가 뚜렷해지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진행 중인 신사업의 투자 및 연구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55년간 철강 분야에서 쌓아온 역량과 경험치를 바탕으로 이차전지 소재 및 원료 사업에 진출했다. 올해 1~3분기 철강 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2120억원, 비철강은 1조2490억원이다. 비철강이 전체 영업이익의 36%를 차지했다. 2021년 비철강 부문의 비중은 14% 수준이었지만 2년새 두 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글로벌 철강 시장의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비철강 사업의 이익을 늘려 한파를 견뎌낼 계획”이라며 “재고관리와 원가절감 등도 동시에 추진해 실적 방어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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