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임기 김병준 회장 체제 후 4대 그룹 복귀 및 명칭, 조직 변경 이뤄
한경협 출범 후 글로벌 싱크탱크 역할 및 CSR 강화 가속화
복귀한 4대 그룹 본격 활동은 시간 필요할 듯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22일(현지시간) 런던 맨션하우스에서 열린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22일(현지시간) 런던 맨션하우스에서 열린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서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맨 오른쪽)이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2023년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겐 역사적 해로 기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간 사용해 온 명칭을 버리고 한경협으로 새출발 하게 된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전경련은 정부가 공식석상에서 배제하고 ‘투명인간’ 취급해 사실상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2022년 20대 대선이 끝난 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재계와의 회동 때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초대하면서, 정부의 ‘패싱’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해가 바뀌었지만 전경련이 완전히 과거 위상을 되찾았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연임하던 허창수 회장이 사임했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차기 회장을 찾는데 난항을 겪었다. 허 회장 임기가 만료될 때마다 늘 거론되던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판설은 역시 말뿐이었다.

그랬던 전경련이 처음으로 터닝포인트를 잡게 된 것은 정치권 인물로 분류됐던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회장대행에 선출된 후부터다. 김 회장대행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참여정부 인사임과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후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6개월만 일하겠다”는 김 회장대행 등판 후 전경련은 한미일 동맹 재건 분위기 속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외교사절단을 꾸리기 시작한 점은 전경련의 위상회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대통령 해외 일정에 동행할 기업들을 꾸리는 일은 재계단체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일이다. 지난 정권 당시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해당 작업을 대신했다.

이런 가운데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던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복귀와 관련한 이야기도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전경련 위상회복에 있어 4대 그룹 복귀는 ‘화룡점정’으로 꼽혀왔다. 김 회장대행은 공개석상에서 삼성 등 4대 그룹 복귀 필요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언급해왔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전경련이 주도한 한국판 ‘워렌 버핏과의 점심’인 ‘갓생한끼’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는 점차 ‘설’에서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가 돼 갔다.

그러던 전경련은 지난 8월 산하 기관이었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안건을 의결하며 한경협으로 명칭을 바꾸고 새출발 하게 된다. 전경련이 명칭을 바꾼 것은 55년만이었다. 그러면서 4대 그룹도 각 사마다 논의 끝에 전경련에 복귀하게 됐다.

전경련 내부에 따르면 아직 4대 그룹의 복귀와 관련해선 체감할 만큼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4대 그룹은 올해 일단 복귀는 했지만 적극적 활동보다는 이름만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4대 그룹의 본격적 활동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경협 수장을 맡게 된 류진 회장이 천명했던 ‘글로벌 싱크탱크’로의 전환은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주요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오며 있으며 지난 5일엔 삼성전자, SK, 현대차 등 20여개 기업 임원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임원협의회를 출범, 글로벌 현안에 기업 간 및 민관 협력 강화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공정위 고발지침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서도 재계 입장을 대변해 적극 목소리를 내며 재계 대표단체로서 역할도 이어갔다. 또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갓생한끼’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으며 내년 1월엔 강릉에서 국민소통 차원에서 퓨쳐리더스캠프도 열 계획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약 6년 간 위축돼 있던 분위기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정상화되고 있다”며 “신임 회장 및 부회장도 이 같은 분위기를 더욱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어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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