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 내년 3월 임기 만료···연임보단 명예로운 퇴진에 무게
이차전지 소재 다변화 추진···외부 인사로 '배터리 전문가' 권영수 거론
포스코그룹, 민영화 이후 내부 인사로만 회장 추대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를 흔들고 있다. / 사진=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를 흔들고 있다.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일각에선 이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인 포스코그룹 회장직에 도전하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권 부회장의 철강업 전문성이 부재하다는 점과 민영화 이후 내부 인사로만 회장을 뽑아온 포스코가 외부 인사를 수장으로 추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회사는 조만간 ‘CEO 승계 카운슬’을 구성해 회장 후보군을 결정할 방침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오는 12월 중으로 CEO 승계 카운슬이 열리면서 본격적인 회장 후보군 선정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포스코그룹은 CEO 승계 카운슬을 통해 내부 출신 후보를 포함해 서치펌을 외부 인사를 추천받는다.

꾸려진 후보 리스트를 받은 이사회는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격심사를 거친다. 이후 3월 주주총회 전 열리는 이사회에서 적격 후보자 중 한 명이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 주총에선 해당 후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후 이사회 대표이사 선임을 거치면 회장 승계절차가 마무리된다.

이 같은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 선정 과정은 통상 3개월가량 소요된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지난 연임 때도 일찍이 11월께 연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사규에 따라 임기 종료 3개월 전인 12월까진 연임 의사를 밝혀야 하지만 아직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12월 중으로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선 최 회장이 퇴임 혹은 연임 의사를 밝힐 것이 유력하다.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퇴임 수순을 밟을 것이란 얘기가 중론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3연임보다는 임기 완주를 목표로 둘 것으로 보인다”면서 “포스코그룹 민영화 이후 역대 최초로 연임 이후 임기를 마무리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8일 LG에너지솔루션이 2021년 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CEO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차기 포스코 회장에 이목이 쏠리는 건 민영화 이후 첫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기업과 학계의 이차전지 전문가들이 차기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하마평에 오른 외부 인사 중 가량 유력한 인물로 꼽힌다. 44년 동안 ‘LG맨’이었던 권 부회장이 2년 만에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포스코 회장직에 도전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일 ‘배터리데이 2023’에서 협회장으로 참석한 권 부회장은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부임할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선을 그었지만 한 달도 안 돼 LG를 떠나면서 ‘포스코 회장 부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비(非)철강’, ‘비(非)포스코’ 인물인 권 부회장이 유력한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덴 최근 포스코그룹의 사업 영역 확장 행보가 배경으로 자리한다. 포스코그룹이 기존 철강업에서 이차전지 소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가운데 이차전지 분야 전문성을 갖춘 새 인물이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철강업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업계 안팎에선 “문제될 게 없다”는 평가도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철강 기술과 노하우를 쌓은 지 55년이나 됐다”며 “시스템적으도 안정화를 이뤘고 포스코 내 철강 전문가도 많아 비철강 CEO가 부임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마평에 오른 그룹 내부 인사로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이 있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이 철강기업에서 배터리 소재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회장직에 적합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등 이들의 회장 자격과 관련해 업계의 평가가 갈린다.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전경. / 사진=포스코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전경. / 사진=포스코

민영화 이후 내부 출신만 회장으로 추대해 왔던 포스코그룹이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진 미지수다. 권 부회장이 포스코그룹 외부 인사인 만큼 포스코 내부 사정에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지난 2018년 당시 포스코그룹 최종 회장 후보 5명은 전원 내부 출신 전현직 인사로 채워졌다. 서치펌 등을 통해 10명이 넘는 외부 인사가 발굴됐지만, 최종 후보군엔 오르지 못했다. 이전 2013년 회장 선임절차 땐 오영호 전 코트라 사장을 제외하곤 나머지 4명 모두 포스코 내부 인사로 채워졌다. 

앞서 포스코와 같은 민영화된 공기업인 KT의 대표 또한 LG 출신이란 점도 권 부회장의 포스코 회장 부임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영섭 KT 대표이사는 LG CNS에서 경영관리본부, 하이테크사업본부 등을 두루 거친 뒤 2014년부터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LG CNS 대표직을 역임했다. 

재계 관계자는 "KT 수장 자리에 LG그룹 출신이 올랐는데 포스코 회장직까지 'LG맨'이 차지하게 되진 않을 것"이라며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권 부회장 회장 추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선 포스코그룹의 CEO 선임 프로세스가 강화돼 외부 입김이 작용하기 힘들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포스코그룹은 외부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CEO 후보 자격 요건도 신설했다. 포스코홀딩스 정관에 적시된 CEO 후보 기본 요건은 ‘포스코그룹의 CEO 후보군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자’ 또는 ‘포스코그룹 계열사에 준하는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을 역임한 자’ 등이 있다.

일각선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포스코 회장 인사에 무리한 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역대 회장 선임 과정마다 영향력을 행사해 온 국민연금도 포스코홀딩스 지분율을 9%대에서 7.7%까지 줄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포스코홀딩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식을 계속 매각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면서 “회장 선임을 앞두고 의결권 행사 영향력을 줄이면서 정부 입김도 자연스럽게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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