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후판, 가격 경쟁력 무기로 국내 조선소 침투
철강업계 “철광석·전기료 인상에 후판값 인상 불가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 철강부문의 올해 1~3분기 후판 생산량이 최근 5년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조선업계가 4년치 일감을 확보해 선박 건조가 많아지고 있지만,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후판 가격 협상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포스코의 내년 실적이 조선소의 수요 및 가격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29일 포스코에 따르면 후판 생산량은 1~3분기 기준 ▲2019년 534만톤(t) ▲2020년 527만t ▲2021년 515만t ▲2022년 491만t ▲올해 484만t이다. 내림세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건조에 쓰인다. 선박 제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해, 이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의 수익성이 낮아지며, 반대의 경우 제철소가 많은 이익을 얻는 구조다.

조선업계의 가득한 수주잔고에도 포스코의 후판 생산량이 줄어드는 까닭은 수입산 물량의 증가 탓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1~10월 후판 수입량은 190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3% 늘었다. 전체 수입량 중 중국산은 107만t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68.1% 증가한 양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후판 생산 공정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후판 생산 공정 모습. / 사진=포스코

중국산 후판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조선소에 대거 투입되고 있다. 가격은 현재 기준 1t당 80만원 수준이어서 국내 제품보다 약 10~20% 저렴하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조선업계는 원가절감을 이유로 중국 후판 사용량을 늘리는 추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 수입산 저가 후판 사용량을 늘리는 상황”이라며 “중국산 후판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이 낮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예전보다 가격이 약간 오른 대신 품질도 국내산 제품을 많이 따라온 상태”라고 귀띔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이 국내 후판을 사용했던 이유는 뛰어난 품질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중국 제철소가 국내 기술력을 추격해오면서, 과거 만큼의 수준 차이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조선업계 측의 목소리다.

포스코 등이 조선소들이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 역시 중국산 물량 때문이다. 조선업계가 수입산 철강재를 원가절감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어 자유로운 가격 협상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철강사들은 지난해말 1t당 8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이 올해 들어 100달러 안팎에 머무는 동시에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생산비용 증가로 현재 t당 100만원 수준인 후판 값을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제작 원가 상승과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든 만큼 가격 인상으로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며 “조선업계가 어렵던 시절 철강사들도 인상을 자제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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