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르면 이달 중 정기 임원 인사···SK온·삼성SDI는 내달
지난해 '위기 속 안정' 기조 변화 예상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배터리 업계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가 연말 정기 인사 시즌을 맞아 조직 개편에 나설지 주목된다. 특히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지동섭 SK온 대표이사가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위기관리’ ‘연구개발’ 방점 찍힐 듯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내달 SK온, 삼성SDI가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정기 인사는 핵심 계열사 경영진을 기존대로 유지하며 ‘위기 속 안정’ 기조를 보여줬던 작년과는 변화된 기조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까지 전기차 산업 호황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3사가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면, 올해 들어선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위기 국면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과 투자 재원 마련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아 위기관리 능력을 추구하는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딘다.
연구개발(R&D)에 힘 싣는 인사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통해 전기차 탑재율을 늘리고 있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를 이뤄낼 인재를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전망이다.
배터리 3사는 작년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R&D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신규 선임 임원의 상당수를 관련 인력으로 선임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신영준 CTO 전무를 부사장으로, 조지훈 Safety Solution 담당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SK온은 작년 연말 인사에서 신규 선임된 임원 10명 가운데 3명을 R&D 관련 인재로 채웠다.
◇ 권영수,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올 연말 인사에서 갈림길에 서 있는 사내이사 임원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과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3월 중 임기가 종료되면서 각 회사 내에선 이들의 연임 여부를 두고 ‘복도통신’이 부쩍 잦아졌다.
권 부회장의 거취를 두고 업계에선 수많은 설이 돌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CEO 선임 절차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CEO 추천 절차가 보통 11월 말에 시작해 LG그룹의 정기 인사 시즌과 겹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권 부회장이 퇴임과 동시에 포스코 회장직에 추대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3회 배터리산업의 날’에서 기자들과 만나 “말도 안 된다”며 포스코 회장 부임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권 부회장이 한 차례 더 부회장단에 남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권 부회장은 신 부회장과 동갑이다. 최근 배터리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의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해졌다는 점도 권 부회장의 연임설에 힘을 싣는다.
◇ 지동섭, ‘연임이냐, 퇴임이냐’ 기로
SK온은 임원 구성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내부 관측이다. 올해 3분기까지 흑자 전환에 실패한 데 이어 북미 공장 가동 연기 소식, 국내 서산공장 건설 중단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올 연말 임원 인사는 ‘안정’보다는 ‘변화’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해석이다. 지난해 12월 1일 인사를 단행했던 SK는 당시 8명의 부회장을 모두 유임한 바 있다.
특히 지 사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SK온 출범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사업을 총괄해 온 지 사장이지만 일각에선 물적분할 이후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면서 경쟁사와 격차를 좁히지 못했고, 공격적인 시설투자에 집중한 나머지 한동안 낮은 수율을 보이며 공정 안정화에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외에도 SK온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온 등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