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투자받는 CJ대한통운, 부동의 1위 유지
쿠팡, 빠른 속도로 2위 차지···로켓그로스 성장에 관심

쿠팡이 국내 택배 시장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CJ대한통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쿠팡이 국내 택배 시장 다크호스로 떠오르며 CJ대한통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이 국내 택배 시장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미국 아마존 사업 구조를 그대로 가져간 쿠팡 물류자회사 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의 점유율을 높이며 택배업계 2위를 차지했다. 택배업계서 빠르게 성장하는 쿠팡은 부동의 1위인 CJ대한통운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양사 점유율 차이가 점차 좁혀지는 가운데 CJ대한통운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올 3분기 매출 2조9371억원, 영업이익 12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글로벌 교역량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5.9% 증가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에 풀필먼트 센터 2곳을 신규 가동하며 풀필먼트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풀필먼트 확장에 성공한 CJ대한통운은 새벽·당일·익일배송, 내일도착 보장 등 다양한 형태 배송 서비스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았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이커머스 물량 확보를 위해 네이버, 글로벌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동맹을 맺었다. 또 CJ대한통운은 의료 콜드체인, 신재생 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 관련 물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써 올 3분기 CJ대한통운의 택배·이커머스 부문 매출은 901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영업이익은 33.9% 증가한 557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CJ그룹은 지난해 발표한 향후 5년간 투자 계획을 통해 CJ대한통운 성장에 기대감을 키웠다. 당시 CJ그룹은 20조원 가운데 7조원은 CJ대한통운 인프라, 시스템 강화 등 물류 운영 경쟁력을 확보해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CJ대한통운은 택배 물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AI 분류시스템, 지능형 스캐너, 첨단 자동 컨베이어 등 높은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을 완비해 허브터미널을 추가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과 쿠팡의 택배업계 점유율 비교. / 표=김은실 디자이너
CJ대한통운과 쿠팡의 택배업계 점유율 비교. / 표=김은실 디자이너

문제는 쿠팡의 추격이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국토교통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CLS의 점유율은 지난해 12.7%에서 올해 8월 말 24.1%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택배업계 2~4위에 머물렀던 롯데택배·한진택배·로젠택배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CJ대한통운은 2020년부터 50.1%의 높은 점유율을 확보해 왔지만, CLS 통계가 집계되면서 올해 8월 말 33.6%로 주저앉았다.

CLS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쿠팡의 로켓그로스가 있다. 로켓그로스는 미국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과 비슷한 구조다. 아마존 매출이 700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FBA 수수료 매출은 전체 매출 비중에서 22.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아마존의 성공 사례를 본뜬 셈이다.

로켓그로스는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이 아니여도 쿠팡의 물류창고에 물건을 입고시키면 쿠팡이 포장과 배송, 재고관리까지 해주는 시스템이다. 쿠팡 배송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배송 시간도 기존(2~4일) 대비 크게 줄였다. 로켓그로스 입점 사업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보통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쿠팡 주문이 들어오면 별도 계약된 택배사로 물품을 배송했다”면서 “쿠팡이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이용하던 택배 물량 대다수를 자체 소화하면서 점유율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 쿠팡이 지난해 5월 오픈마켓 물량을 위탁하고 있던 한진택배 이용을 끊은 이후 한진택배는 전체 물량의 8%가량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CLS는 쿠팡 자체 물류는 로켓배송, 개인 고객사 물류는 로켓그로스로 배송한다. 아직 로켓배송 매출이 높은 편이지만, 쿠팡은 앞으로 로켓그로스를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사업분야로 꼽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가 아직 모든 로켓 카테고리에서 인기있는 브랜드와 제품을 전부 제공하지 못하지만, 로켓배송이 직매입뿐 아니라 오픈마켓 상품군으로 확대됨에 따라 (로켓그로스) 성장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택배업계에서는 투자 규모에 따라 업계 순위도 뒤바뀔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풀필먼트 서비스는 장기적인 수익성을 제고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결국 기업들이 얼마나 투자하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CJ대한통운, 쿠팡 등이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풀필먼트 센터에 적극 투자하는 이유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택배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고 쿠팡이 택배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택배시장 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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