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연내 도착보장관 신설해 배송 체계 구축
쿠팡과 경쟁 불가피···양사 벤치마킹 모델 달라 관심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로켓배송으로 익일을 넘어 당일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강자로 자리 잡은 가운데 네이버도 ‘도착보장’ 서비스를 도입했다. 네이버쇼핑은 기존 네이버 강점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도착보장 서비스로 익일배송을 더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했다. 네이버쇼핑은 그간 지적돼온 배송 약점을 보완했지만 쿠팡의 로켓배송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소비자직접판매(D2C·Direct to Consumer) 솔루션인 ‘네이버도착보장’을 시작했다. 네이버의 도착보장은 네이버의 기술로 주문 데이터, 물류사 재고, 택배사 배송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높은 정확도의 도착일을 보장하는 D2C 서비스다.
네이버의 도착보장은 사업자가 상품 구성, 판매 기간 등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사업자는 고객에게 제품의 도착일을 알려주는 동시에 도착일 내 상품을 배송할 수 있게 되며, 예정일보다 배송이 지연될 경우 네이버가 보상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서비스는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네이버는 “배송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판매자에게 제공해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이버는 협업을 통해 2025년까지 생활소비재의 50%를 도착보장으로 적용하고 이후 1시간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쿠팡과 대결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처럼 도착보장 상품만 모아볼 수 있는 전용관, 이용자가 검색 목록에서 ‘도착보장’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통합검색 및 쇼핑검색 신규 배송 필터 오픈 등을 연내 추가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도착보장은 D2C 기술 솔루션으로 판매자들은 상황과 필요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판매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사용자들도 네이버에서 빠르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네이버가 도착보장으로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이버의 도착보장은 쿠팡, 컬리 등과 비교하기 어려운 구조다.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해 직매입, 오픈마켓을 동시에 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판매자-물류사-플랫폼’ 구축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사실상 플랫폼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에 불과하다.
특히 쿠팡과 달리 네이버는 당분간 일부 제품만 한정해 도착보장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네이버는 자체 물류센터가 없기 때문에 물량이 많은 대기업 브랜드사가 아닌 소규모 업체까지 물류 서비스에 참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간 네이버는 도착보장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지난 2년간 CJ대한통운, 4PL 스타트업과 함께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을 고도화해왔다. 풀필먼트는 물류 전문업체가 판매자를 대신해 입고, 포장, 배송 등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물류창고를 거쳐 배송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네이버의 이같은 운영 방식은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와 유사하다. 알리바바는 전국 단위 물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련 네트워크를 자사 데이터 플랫폼인 차이니아오로 연결해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다. 이로써 미국 이커머스인 아마존 모델을 따른 쿠팡과 네이버간의 이커머스를 넘어 물류 대결이 전면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네이버와 쿠팡은 지난해 각각 17%, 13%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는 네이버플러스 700만명, 쿠팡은 900만명으로 쿠팡이 200만명정도 앞선다. 쿠팡은 네이버보다 먼저 도착일 보장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주문한 시간 내 배송이 도착되지 않으면 쿠팡은 쿠팡캐시 1000원을 지급하고 있고, 네이버 역시 네이버포인트 1000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빠른 배송 대신 판매자와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이커머스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경쟁사를 견제하고 있지 않다지만 결국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쿠팡과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