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 사업 상당수 겹쳐
쿠팡, 택배 2위 자리 위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과 CJ그룹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햇반으로 시작된 양사 갈등은 택배·물류 부문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택배 시장 후발주자인 쿠팡은 맹추격으로 업계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1위를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물류 확대에 힘을 쏟는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햇반 납품가를 시작으로 쿠팡과 CJ그룹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쿠팡과 CJ는 식품, 뷰티, OTT, 물류 등 사업 영역이 겹친다. 최근에는 쿠팡이 직구 서비스 ‘로켓직구’를 비롯해 자체적으로 택배를 배송하며 택배 업계 2위인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위협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18년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설립하고, 2021년 국토교통부 택배 운송사업자를 취득했다. 택배사를 통해 배송해온 쿠팡은 직접 자사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택배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업계는 쿠팡이 자체적으로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현재 쿠팡은 택배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을 바짝 뒤쫓고 있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배송물량은 13억건을 상회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6억5000만개 물량을 처리했다. 그간 택배 3사는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로 구성됐으나 쿠팡이 대다수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면서 2위 자리에 올랐다.
쿠팡 공세에 CJ대한통운 시장점유율은 하락했다. 택배업계에서 CJ대한통운은 현재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CJ대한통운 시장점유율은 2020년 50.1%에서 지난해 45.7%로 하락했다. 올 1분기 CJ대한통운 점유율은 44.7%다. 2021년 1분기 CJ대한통운 점유율이 50.3% 였다는 점에서, CJ대한통운 점유율은 2년새 5.6%포인트나 떨어진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택배 시장에서 1위이기는 하지만 50%대 점유율과 40%대는 전체 시장에서 절반 이상이냐 아니냐의 차이로 내부에서도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택배 시장은 정체기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9년 27억9600만개에서 2020년 33억7400만개로 크게 뛰었다가 2021년, 2022년 모두 36억개가량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국내 수입 물량은 2019년 617억개, 2020년 749억개, 2021년 857억개, 지난해 918억개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쿠팡·11번가·큐텐 등이 해외직구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CJ대한통운도 해외 직구 수요 잡기에 나섰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분기 IR 자료를 통해 “글로벌 핵심지역 중심 수주 확대를 지속 중”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CJ대한통운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택배 배송을 맡았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9월 알리익스프레스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올해 CJ대한통운은 매달 100만 박스의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을 배송하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 배송 기간을 기존 1~2주가량에서 3~5일가량으로 줄였다.
이 외에도 CJ대한통운은 지난 5월 동영해운과 한국·일본·베트남과 몽골을 잇는 복합물류 서비스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같은달에는 사우디에서 글로벌 권역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중동 해외직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6월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과 업무협약을, 미국과는 6000억원 규모 물류센터 구축 협약을 맺었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은 지난달 조직개편을 단행해 사업부를 국내와 해외로 나누고 글로벌사업기획실을 신설해 글로벌 사업 조직을 보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자회사를 통해 택배 물량을 처리하면서 CJ대한통운 시장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다”면서 “아직 쿠팡이 자사 택배 물량을 전부 자회사로 이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CJ대한통운 점유율이 추가 하락할 수도 있지만, 최근 CJ대한통운은 오네(O-NE)나 네이버 협력으로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고 해외 국가와 협약에 나서고 있어 하반기 점유율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