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직매입 구조에서 오픈마켓도 ‘로켓그로스’ 배송 제공
CJ대한통운 집화량 둔화···쿠팡과 사업 맞대결 불가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이 직매입 상품뿐 아니라 모든 입점 셀러들에게 로켓배송을 적용하기로 했다. 쿠팡이 물류 전문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켓그로스’를 도입하면서다. CJ대한통운이 익일배송을 강화했지만 쿠팡이 자사 중소상공인들을 사로잡기 위한 서비스를 더하면서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과 이커머스 1위 쿠팡의 맞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로켓그로스가 본격화되면 CJ대한통운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물류 전문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와 함께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그로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로켓그로스는 셀러가 쿠팡의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이후의 보관, 포장, 배송, 반품 등을 모두 쿠팡이 도맡아주는 서비스다. 즉 쿠팡 직매입 상품에만 적용됐던 로켓배송이 일반 중소상공인들이 판매하는 오픈마켓 형식의 상품으로 확대되는 개념이다.

쿠팡 로켓그로스. / 사진=쿠팡
쿠팡 로켓그로스. / 사진=쿠팡

이번 쿠팡의 로켓그로스가 본격 확장되면 중소상공인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에 입점하면 2~4일 소요되는 배송을 당일 또는 익일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또 셀러들은 배송이나 반품, 교환 등의 부담도 덜게 돼 상품 기획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이로써 셀러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이커머스 업계는 물론, 택배업계까지 쿠팡의 로켓그로스 확장에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문 견적을 요청하면 바로 파악할 수 있고 간단한 물류, 저렴한 배송 서비스 대행 요금 등은 중소상공인 맞춤형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로켓그로스를 통해 소비자들은 더 많은 중소상공인의 상품을 쿠팡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됐고, 쿠팡은 자신의 기술력을 통해 새로운 상생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 택배업계는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로 빅3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 45.7%로, 전체 택배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다만 CJ대한통운은 최근 둔화된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매출 12조1307억원, 영업이익 4118억원으로 1년 전 대비 개선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택배사업부문만 떼고 보면, 지난해 기준 매출 3조6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상승에 불과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이어 오다 지난해 둔화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국내 택배업계 시장 점유율 및 CJ대한통운 실적 현황. / 자료=CJ대한통운 및 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택배업계 시장 점유율 및 CJ대한통운 실적 현황. / 자료=CJ대한통운 및 각 사, 표=김은실 디자이너

CJ대한통운의 택배 집화량도 줄어들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코로나19 이전 연 10%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하다 지난해 들어 성장세가 꺾이면서 CJ대한통운의 택배 집화량도 축소되는 추세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2018년 12억여개의 택배를 소화하던 CJ대한통운은 해마다 상승해 2021년 17억5500만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16억5000만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새로운 경쟁력으로 통합 배송 서비스인 ‘오네(O-NE)’를 선보였다. 자체 배송을 늘리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들과 맞서는 동시에 올해 택배 시장이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에서다. 또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도 2020년 50.1%에서 지난해 45.7%로 축소되는 추세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업 확대에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당일, 새벽 등 다양한 택배 서비스를 오네 브랜드로 통합시킨 개념”이라며 “구매자가 일요일에도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오네를 키우기 위해 CJ대한통운은 설비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택배 멀티포인트 설비 구축, 장성 복합물류터미널 신축사업 투자를 올해 합산 71억원 규모로 진행한다. 이미 CJ대한통운은 지난해 39억원의 투자를 단행했고 내년에는 199억원, 2025년 이후 2304억원 규모로 점차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CJ대한통운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자, 재무적 리스크도 숙제로 남겨졌다. CJ대한통운은 설비투자의 점진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지난해 부채비율도 140%로 전년(124%) 대비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코로나여서 택배 물량이 늘었던 것도 있고 다시 엔데믹 시대가 오면서 택배 물량이 줄어든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라며 “매년 성장세를 보면 줄어들긴 했지만 예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상품, 직매입부터 오픈마켓을 로켓배송으로 제공하는 쿠팡의 택배 사업 진출을 택배업계에게는 위협적”이라며 “쿠팡이 기존 중소상공인들의 수요를 가져가게 되면 택배업계도 어려운 사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어서 앞으로 택배 업계와 쿠팡의 점유율 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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