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달부터 흑연 수출통제···수출 시 별도 허가 절차 필요
포스코퓨처엠,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급망 다변화로 위기 극복

포스코퓨처엠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사진=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 사진=포스코퓨처엠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중국이 미·중 갈등 속 자원 무기화에 나서면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공급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조치에 따라 중국 의존도가 90%가 넘는 음극재의 원재료 ‘흑연’을 비롯해 흑연이 들어간 음극재 완제품도 수출통제 품목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일찍이 취약한 흑연 공급망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놓아 생산 차질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탄자니아 등 흑연이 풍부한 나라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한 가운데, 이르면 내년 초부터 천연흑연을 대체할 인조흑연을 사용한 음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 천연흑연 98%·인조흑연 94%는 중국서 수입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일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발표하고 이를 12월 1일부터 적용한다. 수출통제 대상은 고순도, 고경도, 고강도의 인조흑연 재료를 비롯해 그 성분을 포함한 제품이다. 이를 수출하는 기업은 수출허가 신청을 하고 중국 상무부와 국무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자원 무기가 본격화된 데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 사양이 낮은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추가로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배터리 4대 요소인 음극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인 고순도 흑연이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음극재 완제품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대부분의 물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가장 큰 피해는 국내 배터리업계가 볼 가능성이 크다.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천연흑연의 97.7%, 인조흑연 94.3%는 중국에서 수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흑연 재고량은 1.5~2달 정도로 파악된다. 배터리업체 A사 관계자는 “음극재 재고가 2개월치 정도 쌓여있어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음극재 수입 과정 절차가 까다로워지면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포스코퓨처엠 "내년 초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급망 리스크 완화

다만 배터리업체들이 받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중국 내 흑연·음극재 업체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어 수입 통로가 막힐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있지만, 국내 업체들도 그간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받던 흑연 공급망에 대해 여러 대안을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천연흑연의 대체재인 인조흑연 개발을 통해 공급망을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연산 8000톤(t)의 포항공장을 준공하면서 완전 국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그간 인조흑연은 국내 기술 부재로 일본, 중국 등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소재다.

음극재 생산 과정서 중국 의존도 역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원재료부터 최종 소재 생산까지 벨류체인 전체를 내재화하면서다. 포스코에서 코크스 제조 시 발생하는 콜타르를 공급하면 포스코퓨처엠 자회사 피엠씨텍에서 콜타르를 가공해 인조흑연 원료인 침상코크스를 만든다. 이후 흑연화 공정을 거치면 음극재 소재인 인조흑연이 완성된다. 인조흑연 원료인 코크스는 국내 석탄, 석유 생산시설을 통해 국내에서 자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생산량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에 따르면 이 회사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량은 오는 2024년 초 8000t에서 2030년 15만t까지 확대된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현재 고객사 납품을 위해 (음극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계획대로 내년부터 생산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추가 생산설비 건설에 대해선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투자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흑연 공급망도 확대했다.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흑연 공급망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탄자니아에서 호주 블랙록마이닝 증자에 참여하고 천연흑연 구매 권한 수량을 연간 6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마다가스카르에 위치한 몰로 광산에서 생산되는 인상흑연(연간 3만t) 또는 구형흑연(연간 1만5000t)을 10년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공급망 강화를 위해 인조흑연 개발에 나섰다. 배터리 음극재 제조 기업인 호주 노보닉스와 공동개발을 통해 제품개발에 성공할 경우 10년간 5만t의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호주 시라와 미국에서 천연흑연 음극재 공급을 위한 MOU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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