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이어 중동 전쟁 발발 움직임 감지
유가 150달러 돌파 전망도···석화업계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 넘어서”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준비 중인 원유 운반선 모습. /사진=GS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준비 중인 원유 운반선 모습. / 사진=GS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석유화학업계의 앞날이 ‘설상가상’이다. 중동에서 발발한 무력 충돌에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원유 값이 올라 원자재 가격이 동반상승하면 석유화학기업의 마진은 감소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제품 수요 및 판매가 매우 부진한 상황에 전쟁 리스크까지 겹치며 관련 회사들은 실적을 넘어 지속생존마저 우려된다며 아우성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요동치고 있다. 분쟁이 시작된 지난 10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국제 3대 원유 가격은 일제히 전일 대비 3% 이상 올랐다. 

WTI의 12일 오전 10시 24분 기준 배럴당 가격은 83.04달러인데, 증권가에선 이번 분쟁으로 100달러 돌파는 물론 최고 150달러도 넘어설 것으로 관측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배후가 이란으로 추측되면서 서방 국가의 이란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 지역 전반으로 전쟁이 커진다면 원유 수송 등에 차질이 발생해 유가가 더욱 상승할 것이다. 세계적인 석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여파로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제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이 본격화된 지난해 초중반 고점을 기록한 후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마찰이 시작되면서 ‘전쟁 악몽’이 재현될 공산이 커졌다. 석유화학업계는 실적 악화일로는 물론 기업의 존속 여부까지 걱정하는 모양새다.

석유화학 기업은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원료로 ‘석유화학의 쌀’로 꼽히는 에틸렌을 생산한다. 이로 인해 유가가 오르면 원료 가격도 동반 상승해 수익구조가 나빠지는 구조다. 수요부진에 ‘공장가동=손해’인 지금의 상황에 중동의 무력 충돌로 유가가 급등할 위기감이 더해져 앞날이 가시밭길이다.

일각에선 올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내년에는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유가가 80달러대라는 안정권에 머물며 에틸렌 마진이 늘어나며 손익분기점은 30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시작되면서  장밋빛 전망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은 그동안 감산 등으로 생산능력을 조절하며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노력했다. 단,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로 기업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망연자실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지금 상황은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업황불안에 추락한 제품 판매량에 더해 마진마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나 대응방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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