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 가격 상승에 자재 운송비 인상 등 영향 불가피···공사비 상승 불 지필 수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내 건설업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해외사업장의 직접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국내 공사비 인상에는 영향을 미치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4% 상승했다. 이날은 무력 충돌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진정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은 커진 상태다.
그동안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해외시장 가운데 특히 제 2의 중동붐에 공을 들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로부터 최대 석유화학단지 아미랄 프로젝트 공사를 50억달러에 따냈고, 국내 건설업체 중 중동에 최초로 진출한 DL이앤씨는 사우디에서 암모니아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그 결과 중동에서의 일감확보도 늘었다. 해외건설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기업의 중동 수주 누적액은 79억8510만6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누적 수주액인 66억3362만5000달러 보다 20%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건설사들은 이처럼 중동 사업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해외사업장보다 국내 공사비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사업의 경우 주변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 등에서는 수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지만 이스라엘에 진출한 곳은 중소기업 한 곳에 불과해 당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현지에 있는 업체가 아닌 이상 피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다.
중동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변국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분간 중동에서의 신규 수주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에, 이번 충돌 사태로 중동 국가 재정 부담이 확대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국가 프로젝트 발주 지연으로 해외 수주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가 불안 소식에 시멘트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결국 시멘트 가격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인해 유연탄의 대표적인 수출국인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이 줄면서 국내 공사비가 폭등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 외 자재 운송비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멘트 운송의 30% 가량은 육상 운송으로 이뤄지는데, 유가 상승은 운반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하면 시멘트값 추가 인상 압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공사비 인상으로 고군분투 하는 국내 공사현장에 더욱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