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美 의회 비판에 사업 중단
고션 하이테크 등 중국 업체 미국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도 차질 예상

지난 1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포드가 CATL과 협력해 미시간주 마셜 지역에 LFP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AP통신 등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마샬 프로젝트 공사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세우기로 한 이차전지 공장 건립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가 미 정치권의 강한 반중 기류에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3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CATL과 함께 미시간주에 건설 예정이었던 배터리 합작공장 공사를 중단했다. 앞서 포드는 지난 2월 포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CATL이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합작사를 설립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장 건설 중단 배경으로는 미 의회의 강한 반발이 자리한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가장 큰 적을 미국 중심부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중국 배터리업체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공동 지분이 아닌 기술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해외우려집단 규정을 우회하려는 중국 배터리 업계의 ‘꼼수’가 저지된 것이다. 

미 의회는 CATL의 전기차 시장 침투에 강경한 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미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CATL과 계약을 맺었거나 앞으로 맺을 계획이 있는지 자세히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포드와 CATL에게 기술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중국 배터리업계와 손잡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중국의 역내 시장 진출에 격하게 반응하면서 서방 국가의 ‘탈중국’ 기조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이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전기차를 판매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미시간주에 배터리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고션 하이테크도 사업 중단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폭스바겐이 대주주인 고션이지만 IRA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미 의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의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과 존 물레나르 의원은 지난 13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고션 하이테크의 투자 계획을 미 정부가 지원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배터리업계의 미국 진출 가능성이 대폭 축소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의 북미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미 의회의 반중 기류가 거세질수록 미국 완성차업체들도 중국 업체들과 손을 잡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회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번 포드와 CATL의 공장 건설 중단 사례는 IRA를 우회하려는 또 다른 중국 업체들에 대한 경고성 이슈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중국의 미국 진출 시도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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