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40% 물갈이한 신세계, 다른 기업집단에도 영향 미칠듯
SK·롯데·CJ, 캐시카우 실적부진에 대규모 문책성 인사 전망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신세계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단행했다. 임원 40%를 ‘물갈이’하면서 다른 기업집단에서 인사 칼바람이 거셀 것으로 확실시된다.

경기불황 여파로 실적부진이 계속되는 기업에는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석 연휴 이후 각 기업의 임원평가가 본격화된다. 임원은 대부분 계약직이다. 결과에 따라 계약의 연장·해지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평가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본격적인 임원평가에 돌입할 전망이다. 신규 임원을 선발하기 위한 평가·면접 등과 함께 기존 임원에 대해선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재계약 및 해지가 결정된다.

신세계그룹의 올해 인사 방향은 재계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강화하고 새로운 성과와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며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로 그룹의 미래 준비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세계의 빠르고 파격적인 인사 단행에 다른 기업 임원진도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대내외 불확실성 등 기업성장의 발목을 잡는 불안요소는 신세계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국내 기업집단의 대다수가 경기위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신세계 인사 후폭풍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SK와 롯데, CJ 등에 대대적인 쇄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곳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들 기업집단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해서다. SK는 반도체 업황불안에 핵심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가, 롯데는 케미칼, CJ는 ENM·CGV 등이 실적부진과 자금조달 압박 등의 위기에 내몰려있다.

SK는 2021년까지 신상필업에 입각한 세대교체 인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하이닉스 등의 실적악화에, 혁신보다 안정 및 유지에 초점이 맞춰진 인사를 실시했다.

부회장단이나 계열사 사장단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올해는 재무 및 그룹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들의 거취가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롯데와 CJ 등은 신세계와 함께 국내 대표 유통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어, 비슷한 인사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단, 수년간 파격 인사를 단행해 실적개선을 노려왔지만 제대로 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강도 높은 쇄신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계속된 칼바람에 조직 내부에 상당한 피로도가 쌓여왔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임원 물갈이가 실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기업들 전반에 퍼져있는 상황”이라며 “한 기업을 특정한 핀셋 인사보다 실적악화에 대한 문책성으로 고위 임원진이 대거 교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