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B금융 회장은 양종희···그룹 임원 교체 가능성
이재근 국민행장, 디지털 등 성과···올해 실적 1위 탈환할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가 양종희 부회장을 새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향후 인사에 시선이 모인다. 핵심은 최대 계열사 수장인 이재근 국민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꼽힌다. 이 행장은 디지털 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등 국민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단 평가를 받는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양종희 지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선출했다. KB금융은 ‘외풍’ 없이 조직 2인자를 차기 회장 자리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양 내정자는 그룹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KB손해보험을 그룹 내 핵심 비은행 계열사로 올려놓은 점을 높이 평가받는다.
그룹 수장이 바뀐 만큼 KB는 향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지주 및 은행 임원 인사를 연이어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은 국민은행장 인사로 꼽힌다. 이 행장은 올해 말로 2년 임기가 종료된다. KB는 계열사 CEO들에게 2년 임기를 먼저 보장하고 추가 임기를 1년씩 부여한다.
이 행장은 임기 동안 특별한 내부통제 이슈에 휘말리지 않고 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최근 국민은행 일부 직원들이 127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취한 일이 드러났지만 은행장의 책임을 물을 만한 내용은 아니란 것이 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고객 돈을 유용하거나 고객에게 심각한 손실을 안긴 경우는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민은행에 행정 지도 성격인 경영유의와 개선사항을 내렸다.
이 행장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성공한 점을 높이 평가받는다. 그는 행장 선임 직후 국민은행의 새로운 앱인 뉴 스타뱅킹을 꾸준히 개선해 빅테크, 핀테크 업체에 뒤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겠다 밝힌 바 있다. 국민은행의 앱은 이 행장 임기 기간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가 꾸준히 늘어 올해 3월 말 1119만명을 기록했다.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000만명을 넘은 기록이며 은행 앱 1위인 카카오뱅크와도 경쟁할 만한 수준이다.
기업대출을 크게 늘린 점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국민은행의 작년 한 해 동안 기업대출 잔액이 9.4%(약 14조원) 급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말과 비교해 2.9% 늘었다. 그 결과 올 6월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규모가 가계대출을 앞섰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계대출 규모가 더 많았다. 덕분에 가계대출 시장이 쪼그라드는 가운데서도 자산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나은행에 순익 1위 자리를 빼앗긴 점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은행의 작년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2조9660억원으로 하나은행(3조958억원), 신한은행(3조457억원)에 밀린 3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는 국민은행이 다시 1위에 올랐지만 남은 기간 어찌될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이자이익 비중이 줄어든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전체 총영업이익 가운데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그쳤다. 1년 전엔 9%에 가까운 것을 고려하면 많이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세 번째로 적은 비중을 기록했다. 자산관리(WM),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이 감소한 영향이다.
다만, KB가 외풍 없이 조직 2인자에게 회장 자리를 넘긴 점은 이 행장의 연임에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권력이 넘어간 만큼 인사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1년 말에 이 행장을 임명한 것도 향후 그룹 회장 교체까지 염두해 둔 결정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나는 만큼 이에 맞춰 연말 인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양 내정자가 회추위로부터 선택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연말 인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