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수익성 개선방안 마련 필수, 리더 능력 따라 실적 달라져”
안재용 SK바사 사장, 실적·주가↓···경영 평가에서 낮은 점수 전망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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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그룹의 올해 임원인사 키워드는 신상필벌과 혁신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경영 불확실성에 주요 계열사의 성적이 매우 좋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실적에 따라 최고경영자(CEO)들의 운명이 엇갈릴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현재 인사를 앞두고 CEO 및 주요 임원에 대한 경영평가를 진행 중이다. SK는 매년 12월초 임원인사를 단행해왔다.

올해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계열사별로 실적에 큰 차이가 나타나 신상필벌의 인사 기조가 뚜렷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적자전환 등 실적저조 기업에는 인사 칼바람이 부는 반면, 흑자전환이나 큰 이익을 낸 계열사에는 승진잔치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힘든 시기일수록 수익성 개선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적이나 수익성이 CEO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의 능력에 따라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달라질 수 있다며, CEO들에게 강력한 혁신을 주문한 것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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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최 회장이 정기인사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같이 말한 것을 두고, 실적 악화 계열사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이라고 판단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CEO 앞에서 리더의 능력을 거듭 강조하며 기업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만큼 실적 저조 계열사 수장들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SK 안팎에선 대규모 임원진 교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SK 주요 상장사 중 올해 적자로 전환될 곳으로 보이는 주요 상장사는 SK하이닉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SKC 등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각 사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SK하이닉스 -8조5643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 -1093억원 ▲SKC -672억원 등이다. 

적자전환 계열사 CEO 중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인물은 박정호 하이닉스 부회장과 안재용 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다. 이 중 거취가 불투명한 인물은 안재용 사장이다.

박정호 부회장이 이끄는 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 업황 불안에 경쟁사인 삼성전자 등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 최근 업황 회복 기대감에 주가가 반등하면서 현재 자리를 지킬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의 CEO 경영평가에는 실적뿐만 아니라, 주가 역시 중요한 항목이다. 지난해부터는 주가에 대한 평가 비중을 기존 30%에서 50%로 늘린 것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주가는 연말 대비 68.3%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24%에 그쳐 박정호 부회장은 부진한 실적에 대한 평가를 주가로 만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사진=SK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사진=SK

또한 박 부회장은 하이닉스뿐만 아니라 텔레콤, C&C 등 주요 기업을 두루 거치며 최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이닉스의 실적회복을 위해 내년에도 현재 위치를 고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안재용 사장은 실적은 물론 주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0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주가는 지난해말 대비 19.8% 하락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최근 다수의 제약사들이 항암·비만치료 신약개발 소식을 알리며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올해 4분기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이 4곳이나 된다. 시장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방증인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 물량이 줄어들면서 경영상황이 악화되고만 있다.

앞선 인사에서 바이오사이언스의 재무전략 및 전략기획 실장이 교체된 점도 안재용 사장이 현재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재무·전략 실장의 역할을 CEO의 보좌다. 이들이 교체되면서 안 사장 역시 물러날 공산이 크다는 얘기가 많다.

SK 관계자는 “어느 계열사에서 변화가 나타날지, 대규모 승진인사 있을지는 실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현재 임원평가가 시행 중이어서 정확한 인사 단행 시기와 규모 등이 명확하게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늘거나 흑자전환 및 손실규모를 축소한 계열사에는 승진 및 신규임원이 발탁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SK㈜와 SKT, SK네트웍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팜 등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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