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츄얼휴먼, 기술력뿐만 아니라 팬들과의 소통 중요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1998년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은 단기간 활동했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도 그럴 것이 3D기술로 제작한 국내 최초의 버추얼 가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당시 3D 기술은 고도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버추얼 휴먼이 무대에서 격하게 움직이지 않는(못하는) 상태에서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이후 국내외에선 꾸준히 버추얼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에스파 또한 공공연히 멤버는 8명이라고 밝히면서 각 멤버의 버추얼 휴먼을 제작, 뮤직비디오에서 활용하거나 무대에서 함께 서기도 했다.

최초의 버추얼 가수는 일본에서 시작됐다. 당시 게이머라면 한 번씩은 해봤을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중 하나인 ‘두근 두근 메모리얼’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후지사키 시오리가 버추얼 아이돌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자, 이에 착안해 다케 쿄코라는 3D 버추얼 휴먼을 개발해낸 것이다. 아담뿐만 아니라 다케 쿄코 또한 3D로 제작한 인체는 실제 인간에 가깝게 만들었으나 여전히 관절의 움직임이나 표정 등이 어색한 채로 남아있어 이용자, 관객들로 하여금 불유쾌한 감각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이 기술을 활용하는데 거대한 인력과 자본이 투자돼 대중매체에서 자주 등장하기조차 어려웠다. 이 때문에 대중문화 영역에서 현 버추얼 휴먼, 전 사이버 인물들은 점차 사라져갔다.

그러나 VFX 기술이 발달하고 이에 대한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의 버추얼 휴먼이 대대적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하츠네 미쿠라는 2007년 개발하여 판매된 보컬로이드가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버추얼 휴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성장과 기술 보급으로 버추얼 유튜버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6년 이후 버추얼 유튜버들은 스튜디오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그 범주가 점차 확대되었다. 특히 국내에선 스트리머 ‘우왁굳’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VR 콘텐츠 버추얼 유튜버 오디션을 통해 ‘이세계 아이돌’을 데뷔시키면서 버추얼 휴먼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사들의 콘텐츠 제작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보급, 이러한 콘텐츠 유통이 가능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성장, 동시에 코로나19를 통한 온라인 콘텐츠 제공에 대한 수요 확대 이 세 요소가 맞물리면서 버추얼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제작이 급격히 성장한 것이다. 무엇보다 모션 캡쳐 기술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기존의 사이버 가수와는 달리 실제 아티스트의 동작과 표정을 실시간으로 고해상도로 제공하면서 팬들과 버추얼 휴먼과의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고 대중화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2002년부터 2021년까지 MBC 영상미술국 VFX팀의 슈퍼바이저로 일했던 이성구 현 블라스트 대표(윌리엄)가 기획한 ‘플레이브’는 2022년 9월 유튜브와 트위치 라이브를 시작으로 팬들과의 소통을 중점적으로 쌓고 2023년 3월 데뷔한 버추얼-휴먼 아이돌이다. 실제 뮤직비디오에서 비춰진 세계관도 이야기적으로 IP 확장적인 성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돌로 데뷔할 멤버들이 팬들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장기간 친밀성을 쌓았다는 점에서 버추얼 휴먼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갖추어야 할 요소와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버추얼 휴먼 영역에서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팬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친밀성의 제공이라는 것을 플레이브 데뷔과정과 이후의 행보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1과 0으로 만들어진 나의 최애, 플레이브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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