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연예인의 자필 사과문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적인 것'이라 부를 만한 문화다. 포털에 ‘자필 사과문’을 검색하기만 해도 관련 보도가 수없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이미 자필 사과문은 광범위하게 규범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연예인뿐 아니라 기업, 스포츠 스타들, 심지어 일반인에 가까운 인물들까지도 다양한 이유로 자필 사과문을 공개하며 대중에게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디지털 플랫폼 환경의 변화는 많은 이용자들의 ‘검색’을 통한 정보 탐색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이용 경험이자 즐거움으로 인식하게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다면, 이제 미디어 플랫폼은 이용자들끼리 정보를 축적하고, 그 정보를 따라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까지 제공한다.청소광으로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는 브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예전엔 덕후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것이 제법 많았다. 팬카페나 팬클럽 등 온라인 접속이 가능해진 미디어 환경에서 공식적·비공식적 팬 커뮤니티가 생겨났고, 공동체의 이름으로 서로 대면하는 일이 잦았다. 당시 팬 활동을 하려면 소속감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요즘, 디지털 시대의 팬들의 행보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팬클럽에 반드시 가입하기보다 개인의 취향과 리듬, 사이클에 맞는 덕질을 추구한다. 그들은 덕질 관련 콘텐츠를 다양하게 소비하며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숏폼 콘텐츠란 평균 15초에 10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의미하며, 특히 60초 이내의 영상이 주를 이루는 콘텐츠를 지칭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숏폼 콘텐츠 이용률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2024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의하면 국내 숏폼 영상 이용률은 2023년 58.1%에서 2024년 70.7%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시청할 때 가장 선호되는 유형이 ‘숏폼’으로 나타났다. 이는 콘텐츠 이용자들의 관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우리는 대체적으로 팬덤을 바라볼 때,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을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팬덤에 대한 집단 정체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분석하거나, 이들이 유기체적이고 유동적이지 않은, 다시 말해 고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행위성을 예측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팬덤의 긍정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춰 팬덤을 이해하려는 산업계와 학계의 움직임이 바로 그런 사례 중 하나다. 팬덤과 산업의 합성어인 팬더스트리, 즉 팬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에 관여하고 이를 소비하는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최근 팬덤 테크란 용어가 부상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팬덤 비즈니스, 즉 경제적 활동으로서의 팬 수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데이터를 수집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팬덤 플랫폼이 비약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팬덤-비즈니스-모델이란 용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팬덤이 만들어내는 생산물은 금전적 이윤을 위한 동기로 생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의 영역에 포함되는 팬 대상으로 인해 팬과 창작자, 기업 간의 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하고 강화하는 기술과 서비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덕후가 덕질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최애로부터 즐거움을 얻기 위해. 그 즐거움은 다양한 부분에서 온다. 덕질 그 자체에서 올 수도 있고, 이를 통해 만난 사람으로부터 오는 즐거움이 있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세상이, 혹은 세계를 보는 눈이 바뀌면서 오는 즐거움도 있다. 혼자 하는 덕질도 재밌지만 같이 하는 덕질도 재밌고, 그 덕질을 통해서 알아가는 지식도 분명히 존재한다. 덕질은 실천이고, 이 실천은 덕질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관여의 즐거움을 선사한다.실제로 팬은 다양한 분야에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코로나19가 끝난 후 뮤지컬 티켓 비용 증가에 대한 관람객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공연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스트리밍 되었던 팬데믹 기간을 지나, 뮤지컬뿐만 아닌 전 공연업계가 일제히 티켓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뮤지컬 티켓 가격은 코로나19 이전까지 15만원 정도가 최고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7만원, 작품에 따라 18만원에서 19만원까지도 호가한다. 이는 물가 및 인건비 상승요인이 크다.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 제작 단가가 올라가면서 티켓비용도 상승할 수 밖에 없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덕후들에게는 덕후마다의 덕질 연대기가 있다. 일반인들이 갖는 덕후의 이미지는 마치 한 우물만 계속해서 파는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도 늘 존재한다. 한번 시작한 덕질은 멈추긴 해도 영원히 탈주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덕후들은 자신의 생애주기마다 각각 관심 있는 장르들이 여럿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것에도 꾸준히 깊게 팔 수 있는 능력과 재능을 겸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장르가 다른 장르로 확장될 경우 자연스럽게 장르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덕질 대상은 하늘에서 내린다는 말이 있다. 그날의 조명, 그날의 온도와 습도, 최애가 될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무수히 많은 콘텐츠 속에서 나와 마주쳤을 때, 그 순간의 우연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간을 거쳐 나에게로 도달했는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이건 덕질을 하는 덕후들에게는 필연적인 모먼트다. 그리고 그 이후 팬들의 세계는 360도 회전한다. 팬은 최애가 등장하는 모든 것을 수집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살펴보거나, 관련된 콘텐츠를 꼼꼼하게 독해하거나 상상한다.문제는 덕후들에게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한국 전통문화가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 대중문화를 공부하다 보면, 한국적인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고민하고, 연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연구자 자신이 한국인이고, 한국 대중문화 안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당연하고 생각하기 쉬운 것들이 전세계적인 문화를 접하면서 의외로 보편적이지 않거나 새로울 수 있고, 낯선 것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주목받았던 ‘킹덤’이 그러했듯, 한국의 전통문화는 ‘낯설면서도 신선하고, 동시에 그 서사 자체가 보편적 정서의 구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콘텐츠 IP에 대한 개념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건 미디어 생태계 환경 변화로 인해 ‘언제든 유연하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될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이전까지 학계에서 콘텐츠 이용자들을 ‘수용자’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콘텐츠 이용자로 부를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그 콘텐츠에 대한 2차 콘텐츠 생산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간다. 내가 본 콘텐츠에 대한 포스팅을 하거나, 그렇지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 4월 한 버추얼 아이돌의 첫 콘서트가 있었다. 버추얼 아이돌이 어떻게 콘서트를 진행할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들의 첫 공연을 라이브로 보고 싶단 마음에 열심히 티켓팅에 참전했으나 안타깝게도 이틀 모두 좌석선점에 실패했다. 예전 같으면 티켓팅에 실패한 후회와 쓰라림에 괴로워하고 있을 나에게 이번엔 놀랍게도 차선책이 존재했다. 바로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이용권이었다. 티켓 오픈에서 7만명이 넘는 팬들의 동시 접속했고, 그 가운데 제한된 인원만이 라이브에 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평생을 팬질을 하며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내가 점차 팬덤 내부에서 고령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덕질을 시작한 것은 10대쯤으로, 팬덤은 종종 아동기나 청소년기, 청년기에 발생하는 경험으로 프레임화되기 때문에 고령화된 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낙인과 배제를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나 또한 다양한 장르의 팬덤을 경험하면서, 일부 연령과 성별 정체성을 고착화하는 경향을 목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뮤지컬 장르를 소구하는 이용자들은 20대 이상의 여성 이용자층일 것이란 것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소셜 미디어가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인간을 최애로 삼은, 그러니까 살아 숨 쉬고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최애를 가진 팬들은 여러모로 다면적인 인간 군상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실제로 연예인은 자신을 상품화해 대중들에게 소비를 유도한다. 이때 그들은 자신의 삶 일부를 공적인 공간에 내어놓는다. 이 때문에 그들의 삶의 경계는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삶으로 나뉘며, 팬들은 이들의 공적인 삶과 공적 공간에 ‘재현되는’ 사적인 삶의 일부를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다.그러나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일본 드라마 ‘Eye Love You’가 연일 화제다. 이 드라마는 일본 방송국 TBS에서 직접 제작하고, 연기파 배우 니카이도 후미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그 상대 배우로 채종협이 캐스팅됐다. 일본 민영방송국 골든 프라임 시간대에 주인공 상대역으로 한국인 배우를 기용한 것은 최초라는 TBS의 보도가 있었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는 CJ ENM에서 일하다가 일본 대학원으로 진학해 미디어 아트를 전공한 차현지 PD가 각본 협의에 참여한 것으로 기사화됐다. 그는 현재 TBS에서 일하고 있다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최근 게임 관련 칼럼 청탁을 받아 최신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 기회가 있었다. 80년대생인 나는 PC 게임으로 처음 연애 시뮬레이션이란 장르를 접했다. 그러나 당시 게임의 주인공, 즉 플레이어는 남성 게이머로 고정된 상태라 내가 공략하고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대상들은 죄다 여자였다.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라고 불렸던 그 게임은 여러 명의 여자 친구 후보들을 공략하고 연애에 성공적으로 돌입해서 서사가 진행되는 특징이 있었다.게임 플랫폼이 PC에서 모바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최근 가장 많은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장르 중 하나가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일 것이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열풍을 일으키고, ‘어쩌다 마주친 그대’, ‘완벽한 결혼의 정석’, 그리고 지금 절찬리 방영되고 있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 모두 디테일한 설정은 다르지만, 인생의 어느 기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금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일본 또한 유사한 장르 흥행이 지속되고 있는데, ‘도쿄 리벤저스(일명 도리벤)’는 타임루프, 즉 과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어느 날 운전을 하면서 무작위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 익숙한 느낌의 팝이 흘러나왔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긴 하지만 분명 한국음악은 아닌 듯했다. 빌보드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전형적인 아메리칸 팝 사운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레코딩의 느낌이 그랬고, 확신했던 건 가사가 전부 영어였단 점이다. 영어 가사에 어색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영어권 가수일거라 확신하고 앨범을 확인했다. 놀랍게도 유명한 한국, 그것도 케이팝 밴드의 곡이었다.이후 케이팝 밴드들의 앨범을 주의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한국음악산업이 글로벌로 진출하면서 국내 아티스트와 기획사들의 체계적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그 저변에 자리잡은 팬덤의 끊임없는 문화적 생산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팬덤문화는 오랫동안 학계의 연구 주제가 되기도 했다.특히 국내 팬덤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유무형의 생산물들은 다시 산업 생태계로 편입되면서 독특한 K-팝 문화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팬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에 다양한 방식으로 열정(및 경제적 자본)을 투자하며, 기획사는 그들의 열망을 식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