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경험의 한계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 4월 한 버추얼 아이돌의 첫 콘서트가 있었다. 버추얼 아이돌이 어떻게 콘서트를 진행할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들의 첫 공연을 라이브로 보고 싶단 마음에 열심히 티켓팅에 참전했으나 안타깝게도 이틀 모두 좌석선점에 실패했다. 예전 같으면 티켓팅에 실패한 후회와 쓰라림에 괴로워하고 있을 나에게 이번엔 놀랍게도 차선책이 존재했다. 바로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이용권이었다. 티켓 오픈에서 7만명이 넘는 팬들의 동시 접속했고, 그 가운데 제한된 인원만이 라이브에 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온라인 콘서트는 나에게 불가피한 선택지였다.

코로나19 이후 줄줄이 취소되던 라이브 공연, 뮤지컬, 콘서트 등은 대거 온라인 콘텐츠로 재편되는 경향을 보였다. 콘텐츠 이용관습은 예전에 비해 전환이 빠르고, 그 전환이 자연스럽게 일상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라이브 공연이 재개돼도 온라인 콘서트는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대면이 가능해지고 라이브 콘서트가 활발히 진행되는 현재, 이런 온라인 콘서트 스트리밍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코로나19 시기에 온라인 콘서트는 라이브 콘서트에 비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제공하기 힘들단 점에서 라이브 공연을 대체하기 힘들단 의견이 다수였다. 이후 전면적으로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팬들의 반복 관람, 글로벌 팬덤의 수요 창출 등으로 지속가능한 서비스가 됐다. 물론 라이브 콘서트와 콘서트 온라인 스트리밍은 경험의 차이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팬들의 공연 관람 방식은 온·오프라인 모두 ‘반복 관람’에 가까우며, 글로벌 온라인 콘서트 스트리밍은 물리적 거리감을 해소할 수 있는 ‘가상적 이동’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선택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버추얼 엔터테인먼트는 ‘물리적 공간 점유의 의미가 현실세계와는 달라지는’ 경향을 가진다. 예를 들어 현실세계의 아이돌 공연은 온·오프라인에서의 ‘현실’이 현저히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 동시적 공간 점유로 온·오프라인을 판단할 수 없기에, 오프라인에서의 현재성 혹은 현존성을 어떤 방식으로 재현할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어쩌면 버추얼 아이돌의 온·오프라인 공연의 차이점은 ‘함께 보고 있다’는 감각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라이브 공연장에 있다고 한들, 버추얼 아이돌은 팬들과 함께 있으면서 동시에 함께 있지 않다. 그러나 그 공연을 함께 보는 팬들 다수는 ‘모두 함께 그 공간에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그 경험이 ‘실제적 공연 경험’을 주조하는 것이 아닐까.

이는 버추얼 아이돌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의 아이돌 콘서트를 관람하는 팬들에게 적용되는 감각일 수도 있다. 물론 현실세계 아이돌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팬들과 함께 ‘있다.’ 그러나 라이브 공연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그들과 ‘함께 있는 감각’뿐만 아니라 그들을 함께 좋아하는 이들과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같은 행복감을 느끼는 데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응원봉으로 가득 찬 관객석과 팬들 모두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께 웃고 우는 그 ‘동시적 감각’이 라이브 공연을 만들어내는 실제 감각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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