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IP 개발, 플랫폼별 지향점에 달려

[시사저널e=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콘텐츠 IP에 대한 개념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건 미디어 생태계 환경 변화로 인해 ‘언제든 유연하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될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학계에서 콘텐츠 이용자들을 ‘수용자’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콘텐츠 이용자로 부를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그 콘텐츠에 대한 2차 콘텐츠 생산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간다. 내가 본 콘텐츠에 대한 포스팅을 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디어 안과 밖의 유통과 홍보를 돕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년도부터 콘텐츠 IP에 대한 염려와 이로 인한 다양한 전략들이 도출되기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로 콘텐츠 IP의 생애주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통해 IP를 개발하고 영상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제 콘텐츠 이용에 있어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바로바로 새로운 콘텐츠로 전환하며 이동한다. 다시 말해 이용자들은 하나의 콘텐츠를 꾸준히 이용하기보다 유동적인 콘텐츠 이용자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스쳐 지나간다.’ 이는 플랫폼의 콘텐츠 구매 방식의 전환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제 우리는 콘텐츠의 소비를 물질적으로 하기보다 스트리밍하거나, 구독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콘텐츠 IP 사업가들이 IP의 팬덤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또한 팬덤을 연구하는 연구자로, 팬덤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꾸준히 글을 통해 제시해왔다. 그러나 콘텐츠 팬덤은 소비자이면서 이용자이며, 그렇기에 생산된 콘텐츠를 경제적 가치를 따져가며 소비하고 이용한다는 점에서 단순하고 맹목적인 지지자나 지원자가 아니다.

콘텐츠를 팬덤화할 때는 이용자들이 꾸준히 그 콘텐츠의 효율을 따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신이 애정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가장 냉정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콘텐츠 업계에서 마치 만능열쇠인 것처럼 여겨지는 콘텐츠 IP 팬덤화는 이처럼 양날의 검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콘텐츠 IP의 생애주기 연장은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까. 사실 여기에는 모순이 존재한다. 모든 장르를 포섭하고, 모든 플랫폼에서 높은 성취를 가져올 수 있는 ‘IP란 존재하는가.’ 이전과는 달리 많은 채널과 콘텐츠 유통경로의 발달로 인하여 IP의 중요도는 높아졌지만, 콘텐츠 장르별 생애주기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하나의 영화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더라도 10년 동안 꾸준히 그 영화만을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만화는 연재주기에 따라 10년이 갈 수도 있고, 게임은 10년 넘게 플레이할 수도 있는 장르다. 그렇다 보니 생애주기가 연장될 수 있는 것은 ‘IP’의 문제라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장르화할 것인지의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IP의 개발은 콘텐츠 장르별 생애주기를 어떻게 충족시키고, 플랫폼별로 변화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미디어의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우리는 점점 같은 콘텐츠를 보거나 좋아하게 되는 일이 드물어졌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생소하거나, 내가 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겼던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듣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만큼 니치마켓과 롱테일 전략이 효과적인 이 콘텐츠 산업에서, 어쩌면 모두를 만족시키는 IP란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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